이미지 크게보기우산혁명 지도자 석방 15일 보석 석방된 홍콩 우산혁명(2014년) 당시 지도자 베니 타이 홍콩대 교수가 홍콩대법원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18일 대규모 시위 분수령 전망

中당국·언론 “테러” 연일 강조
무력 투입할 경우엔 부작용 커
송환법 철회·캐리 람 사퇴 등
유화책으로 시위 근거 없앨듯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은 홍콩 사태 악화 시 무력 투입을 위한 명분 쌓기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가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의 홍콩 사태 개입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손상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관영 매체들은 시위대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 이런 강경론의 득세 속에서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지도부는 무력 개입을 최대한 미루고 준엄한 법 집행을 통해 사태 조기 해결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시위대의 명분을 무력화하기 위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완전 철폐 선언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사퇴 카드라는 유화책을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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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와 외신 등에 따르면, 한다위안(韓大元)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홍콩 기본법위원회 위원은 전날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이 질서 유지를 위해 홍콩에 배치된다고 해도 이는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일국양제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홍콩 기본법 18조와 홍콩특별행정구 주군법(駐軍法)을 인용해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홍콩 정부 요청에 따라 사회 안정 등을 위해 중국군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면 중국 중앙정부는 관련 법을 홍콩에 적용할 수 있다”며 “일국양제에서 국가의 단결과 존엄을 보존하는 ‘일국’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국가 주권과 홍콩의 안정 등을 명분으로 군사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향후 사태 악화 시 군 투입의 명분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르바오(人民日報)도 16일 게재한 ‘홍콩 수호의 집결 나팔 소리 울려야’라는 제하의 시론에서 “홍콩의 일부 시위대는 공항을 점거해 항공편 대규모 취소 사태를 촉발했고, 일부 급진주의 시위자는 본토 승객과 기자를 구타하면서 테러리스트와 다름없는 행보를 보였다”면서 “홍콩 시민들은 불의를 쫓고 정의를 바로잡는 신념과 역량을 보여주고 단결해 홍콩을 수호해야 한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인민해방군 무장경찰이 15일 홍콩 인근 선전(深)의 한 경기장에서 군중 진압 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

18일 홍콩 재야단체 등이 주최하는 대규모 주말 시위가 홍콩 사태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중국 지도부는 테러리즘 불용과 엄격한 법 집행을 내세워 강경 진압에 나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청년층 위주의 과격시위가 8월을 넘어 9월까지 계속될 경우 중국 당국이 무장경찰 투입이라는 강경책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는 10월 1일 중국 건국 70주년 이전에 사태를 종결지으려 할 경우 이런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전개 양상에 따라 송환법 철회와 캐리 람 장관 사퇴라는 유화책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홍콩 시위대의 시위 명분과 근거를 없앰으로써 고립시킨다는 전략이다. 홍콩 경제의 피해가 대규모 시위 사태로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상황도 시 주석이 이런 유화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