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땀을 뻘뻘 흘리던 정비사님에게 시원한 물 한 잔을 권한 적이 있다. 감사하다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차가운 물을 한 번에 들이켜는 정비사님을 보면서 객실의 안전하고 쾌적한 운항을 준비하느라 땀을 흘리는 모습이 고맙고 안쓰럽기까지 했다.

보통 객실승무원들은 승객 탑승 전 미리 비행기에 들어가서 객실 관련 보안체크 및 탑재 물품 점검 그리고 객실의 기타 사항들을 정비한 후 승객을 맞을 준비를 한다. 비행기에는 객실 청소 직원과 운항 정비사, 탑재 직원 등등 여러 부서의 직원들이 분주하게 각자의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이때가 가장 바쁜 때이기도 하다. 잠깐의 실수나 체크 사항을 놓쳐버린다면 이미 승객들이 탑승하는 순간에는 즉시 조치하기가 힘든 사안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도 객실 정비사님과 함께 항공기 전반 사항을 체크하던 필자가 승객 탑승 직전 갑자기 기내 탑승 음악이 작동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큰 사안은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기타 다른 오락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을까 정비사님을 긴급히 부르자 여러 명의 정비사가 우르르 기내로 들어왔다. 흡사 영화에서나 본 것 같은 휴대용 컴퓨터 장비를 가방에서 꺼내어 들며 무전으로 여러 명의 전문 정비사와 연락을 취하는 모습을 보니 혹시라도 정시 운항에 차질을 빚을까 긴장감이 한층 고조됐다.

정시 탑승 1분 전 드디어 정비사님이 환호를 부르며 “살아났어요!”를 외쳤다. 그 순간 나 또한 안도의 숨을 내쉬며 정말 고생 많으셨다며 감사인사를 드렸다. 물이라도 한 잔 드시고 가라는 권유도 만류하며 또 다른 항공기 정비를 위해 급하게 종종걸음으로 떠나는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예전에 우연히 읽은 글의 내용이 떠올랐다.

‘승객은 서비스를 떠올릴 때 수하물 체크인을 도운 직원이나 이착륙로를 안내하는 직원이나 기내 청소 직원을 떠올리지 않는다. 승객은 승무원을 떠올린다. 어느 델타항공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승무원이 일하는 1시간을 위해서는 기내 서비스 담당, 재무부, 정비부 등 다른 부서에서 10.5시간을 뒷받침하게 됩니다. 저희는 승객 한 분의 비행에 모두 합쳐 100시간 정도를 씁니다. 그렇지만 그 승객은 사실 승무원과 나눈 접촉만을 오래 기억합니다.”(감정노동, 앨리 러셀 혹실드 지음)’

항공기의 안전하고 쾌적한 운항을 위해 수많은 부서에서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음을 다시금 느낀다. 그들의 수고가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마지막 현장의 접점인 우리 승무원들이 다시 한 번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대한항공 승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