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이낙연(가운데) 국무총리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정부 ‘백색국가 日제외’ 유보

日서 공세고삐 늦추는 가운데
3大품목 추가허가 여부 주목
산케이 “규제품목 추가할수도”
경제전쟁 확전 불씨 남아있어

21일 韓·中·日 외교회담 변곡점
관리령시행 28일까진 변수많아

이미지 크게보기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가 반격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그 수위를 두고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등 예전과 약간은 달라진, 미묘한 변화의 기류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하위법령에 추가 규제 품목이 담기지 않았고 3대 규제 품목의 하나인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이 1건 허용되는 등 일본 당국이 ‘숨 고르기’를 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향후 규제 품목을 추가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등 확전의 불씨는 남아 있는 상태다.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메시지와 21일 한·중·일 외교장관회담 등이 사태 확전과 조율을 위한 중대 변곡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와 연이은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통해 일본을 수출 우대국에서 제외하기 위한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논의했다.

일본을 미국 등 수출 우대국이 포함된 ‘가’ 지역에서 삭제하고 신설한 ‘다’ 지역에 넣은 뒤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허가 방식을 바꾸는 등 수출을 까다롭게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지난 2일 예고했다. 그런데 정부는 애초 이날 회의 직후 논의 결과와 고시 개정안을 확정·발표하려던 계획을 돌연 뒤로 미뤘다. 정부 관계자는 “첫 회의이기 때문에 개정 내용을 이날 확정하지 않았다”며 “추가 논의를 통해 보완 후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들 사이에서는 7일을 기점으로 사뭇 달라진 일본 당국의 기류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날 수출규제 하위법령을 발표하며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품목(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외에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는 특정 품목을 추가하지 않았다. 이어 같은 날 3대 품목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에 대해 한국 수출규제 후 처음으로 1건 허용했다.

일본 당국이 공세의 고삐를 늦추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와중에 우리 정부가 강도 높은 보복조치를 취할 경우 관계 개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모두 발언에서 “우리는 일본의 경제 공격이 원상회복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분위기가 수습 국면으로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1건 외에 3대 품목에 대한 수출 허가가 또 이뤄질지 불투명하고, 추가 규제 품목은 없었지만 1000개에 가까운 전략물자와 비(非)전략물자에 대한 까다로운 수출규제가 당장 28일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규제 품목을 추가할 가능성이 아예 없어진 것도 아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이날 “한국에 관한 수출관리를 둘러싸고 새롭게 부적절한 사안이 판명되는 경우에는 개별허가 신청의 대상 품목을 3개 품목 이외로도 확대해 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대한국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 삭제가 시행되는 28일까지 양국의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특히 오는 15일 문 대통령의 광복절 메시지, 21일 한·중·일 외교장관회담 등이 분수령이 될 거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는 수출 우대국 제외 외에도 식품, 폐기물, 관광 등 여러 각도에서 일본을 압박할 추가 카드를 남겨놓고 있다.

박수진·김성훈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