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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퍼 “양국갈등 관여” 발언, 왜?

한·일 양국 지도자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한 마크 내퍼(사진) 미국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의 발언은 북·중·러 3국이 긴밀한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한·미·일 3각 동맹이 한·일 갈등으로 인해 위기를 맞는 일이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다. 특히 양국 정치 지도자들의 자중을 요구한 것도 양국 지도자들이 국민감정을 자극해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라는 압박성 발언이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면서도 수출규제 품목을 추가로 고시하지 않은 것이나 한국이 일본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미룬 것도 최근 이러한 미국의 의중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내퍼 부차관보는 7일 미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이 워싱턴DC에서 ‘한·일 무역분쟁’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 개회사에서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각자의 책임” “양국 신뢰를 손상시켜온 정치적 결정에 대한 성찰” “국가지도자의 차분하고 확신에 찬 말” 등을 언급하며 한·일 관계 악화 책임과 관계 개선 책임 모두 양국에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내퍼 부차관보는 “미국은 이 문제에 계속 관여할 것이며 우리의 두 동맹국 간의 대화를 촉진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한국과 일본에 창의적 해법 마련을 요구했다. 이는 한·일에 관계 개선책을 요구하면서도 미국이 한·일 갈등에 관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내퍼 부차관보는 한·미·일 3국 협력이 과거 냉전 시대부터 북핵 위기, 최근 중국의 패권 추구 등 위기 상황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강조해 양국에 더 이상의 이탈은 안 된다는 경고음도 냈다. 내퍼 부차관보는 “지난 60년 동안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번영의 주된 동인은 한국, 일본과의 동맹과 우정”이라며 “강력한 동맹 덕분에 3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와 안보, 번영을 증진하기 위해 함께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3국 관계가 북·중·러의 행보에 대응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의 분위기가 한·일 갈등에 있어 관망 자세에서 관여 의지로 변화를 보이는 것이 북·중, 북·러, 중·러 정상 간 잇단 회담과 중국·러시아의 동해 합동 정찰 등 이들 3개국의 밀접한 행보에 대한 경계 강화 차원이라는 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