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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오부치 선언’ 숨은 주역 최상용 前 주일대사 강연

모든 국민이 박수갈채 보내는
협상 결과는 결코 나오지 않아
외교 문제, 도덕화하면 안돼

‘通商이 평화에 기여한다’는
역사 의식, 아베에게는 없어

“외교 교과서에는 ‘외교를 도덕화하지 말라’고 돼 있습니다. 외교나 정치나 도덕성은 중요한 문제지만, 문제를 풀 때는 도덕화하면 안 됩니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기획했고 주일대사를 지낸 최상용(사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5일 국회에서 민주평화당 주최로 열린 ‘일본 경제보복 대안 마련을 위한 최고 전문가 초청 집담회’에서 “과거에도 한·일 관계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모두 외교적 협상으로 해결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문제를 도덕화하지 않고 풀어내는 걸 실천한 사람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고 소개했다. 최 교수는 “양보한 사람이 주도를 하게 된다”며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그랬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선례도 있으니 문재인 대통령도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그런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주일대사로 근무하던 시절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일화를 소개하며 일본 정권의 특정 정책과 국민을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교수는 “일본 전국에 150회 강연을 다니면서 마음을 얻었다”며 “강연만큼 공공외교에 좋은 수단은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일본 국민의 마음을 얻어서 문제가 된 교과서 채택률을 0.039%로 만들었다”며 “일본은 민주화된 국가로, 지역위원회에서 자발적으로 (교과서를) 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일본 국민의 혐한 감정을 참의원 선거에 이용한 것은 정말 과했다”고 비판하면서도 “(이런 시도가) 선거(결과)에 거의 반영 안 됐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조국에 대한 사랑은 보편적인 감성으로, 우리가 있으면 저기(일본)도 있다”며 “따라서 이웃 나라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상대방이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상호 인정하지 않으면 외교는 출발 못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교적 협상의 결과는 전 국민이 박수 갈채를 보내는 답은 나오지 않는다”며 “주거니 받거니 해서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와 관련해서는 “민주평화이론의 연장선 상에서 통상이 평화에 기여한다는 역사 의식이 없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처음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로 총리가 됐지만, 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하겠다고 한 사람이기도 하다”며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대통령이 못 만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