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康 - 고노 ‘방콕 담판’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1일 오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 호텔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계기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눈 뒤 굳은 표정으로 각자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국 외교회담 54분만에 결렬
“日,변화없어…韓·日간극 상당”

康 “日 강행 땐 안보협력 영향”
‘지소미아 폐기’ 강력대응 시사

외교부는 1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강행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태국 방콕에서 54분간 가진 양자회담이 사실상 결렬된 뒤 브리핑을 갖고 “일본 측 반응에 큰 변화가 있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수출 규제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하고,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고려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면서 “그러나 양측 간 간극이 아직 상당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본이 2일 예정대로 각의에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당국자는 “외교 당국 간에는 어차피 대화가 계속돼야 하는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주지시켰다”며 “일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단할 수 없지만 현재로썬 상황이 쉽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강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와 관련, “일본 각의에서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결정되면, 우리로서도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며 “한·일 안보 협력의 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 되면 지소미아 폐기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한국정부가 시사한 만큼, 양국 관계는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이날 오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담장인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회담에 앞서 고노 외무상은 “회담이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것 같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회담장에 입장했다.

강 장관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가 자유무역 원칙을 훼손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며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고노 외무상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판결과 관련, 제3국 중재위 요청을 한국 측이 수용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콕=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