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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北도발·위협불구 묵묵
러 영공침범에도 침묵 일관
中 사드 문제로 또다시 압박
美까지 몰아붙이는 형국으로

애매모호 스탠스·無메시지
“분명한 외교좌표·전략 필요”

한국 외교가 북·중·러의 무력 도발과 일본의 경제 보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 등으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일본으로부터 경제 보복 조치를 당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마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한국의 개도국 지위 중단 요구를 하는 등 우방·동맹국으로부터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강대국과의 외교전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겠다는 전략인 측면도 있겠지만, 모호한 저자세 외교가 한반도를 주변국의 각축장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교에서 한 번 밀리면 균형을 잡기 힘들다”며 정부가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맞는 대책을 마련하고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잇따라 한반도에서 무력 도발을 하는 상황에 대해 특별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25일 원산 호도반도에서 사거리 600여㎞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 발사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조선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 시위”라고 분명히 밝히며 문 대통령을 향해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라” “경고를 무시하지 말라” 등 강도 높은 위협을 가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지 않았고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대한 대응 발언도 없었다. 청와대가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수위 조절을 거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 전부였다.

문 대통령은 23일 러시아 폭격기의 독도 영공 침범 사태와 관련해서도 7일째 침묵하고 있다. 시·도지사 간담회, 구미 일자리 투자 협약식, 한국불교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 등 대통령 공개 발언이 나온 일정이 여럿 있었지만, 러시아 영공 침범 사태에 대한 메시지는 삼가는 모습이다. 러시아가 영공침해 사실을 부인하면서 한국과 러시아는 진실 게임에 돌입한 상태다. 주변국은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에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를 불쑥 꺼내며 “해결 방안이 검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과 일본마저 한국을 몰아붙이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WTO 개도국 지위 중단과 한·미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을 압박 중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작은 것들로 미국에 대한 경고가 아니다”고 말했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부품의 수출 제한 조치에 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 대상국에서 제외하기 위한 조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의 모호한 동맹 외교, 대북·대중 저자세, 외교 전략 부재 등이 맞물려 한반도가 주변국의 각축장이 되어 가고 있다”며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참여하는 등 외교 좌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