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보복 日과 갈등 풀 기회

한미일 외교회담 성사 관심
美日, 韓제외 회담열면 최악

정부는 오는 8월 1∼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일본의 경제보복,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 등으로 인한 ‘사면초가’ 상황을 타개하는 외교적 돌파구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한·일 외교장관회담 개최가 불투명한 데다, 정부가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 문제도 공식적으로 제기하지 않는다는 관측이 돌고 있다. 또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이 열리지 않았던 지난해처럼 ‘미국·일본+제3국’ 형국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ARF 불참을 통보하면서 올해 ARF 외교장관회의에서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한·일 외교전이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8월 2일 일본이 각료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진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ARF에서 국제여론전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일본도 ARF 계기 양자·다자회의에서 규제 조치의 정당성을 홍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갖고 이 문제를 풀 단초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양국 장관이 지난 26일 전화회담을 하면서 전격적인 회담 가능성이 커졌지만, 일본이 전화회담 뒤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내용에 관해 협의했다는 내용만 적시하면서 회담 개최 여부는 아직 유동적이다.

한국에 최악의 상황은 미·일이 한국을 제외한 제3국과 3자 외교장관회담을 하는 경우다. 지난해 8월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ARF가 대표적으로, 당시 한·미·일 회담이 불발된 대신, 미·일·호주 간 3자 회담이 열린 바 있다. 북한이 25일 신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에서 한국이 소외된다면 한국으로선 ARF가 돌파구는커녕 위기가 거세지는 역효과가 될 수 있다.

또 정부가 이번 ARF에서 독도 영유권 분쟁에 불을 붙일 수 있다며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역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