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지난 3월 기획재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액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11.6% 증가한 수치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80년 이후 가장 큰 액수라고 한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 가장 컸는데, 이 시기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7%나 늘었다고 한다. 반면에 국내 총투자율은 전년(31.2%)보다 0.8%포인트 줄어든 30.4%를 나타냈으며, 이는 지난 2016년 29.3%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다.

이처럼 국내 투자는 줄어들고 해외 직접투자가 증가하는 현상은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반가운 소식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비메모리 반도체·미래형 자동차·바이오 헬스 분야를 차세대 주력 산업으로 중점 육성할 방침임을 선언했다. 그리고 이 분야를 위해 각종 지원제도와 수조 원대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겠다는 혁신 전략도 내놨다.

문제는, 이 분야는 민간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전제돼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국민 세금으로 정부가 투자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앞으로는 지원하겠다면서도 뒤로는 민간기업의 투자를 억제하는 이중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분식회계에 대한 형사재판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2015년 삼바의 회계처리와 관련해 금융감독 당국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증권선물위원회가 이를 번복하면서 삼바의 회계처리가 삼성물산 합병을 위한 분식회계였던 것으로 가설이 설정되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다만, 회계 전문가들은 증권선물위원회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계속해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삼바가 바이오에스피를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을 분식회계라고 하는 것은 현행 국제 회계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삼바의 2012·2015년 회계가 모두 정당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삼바가 분식회계를 했는지 여부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와야 최종적으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안타까운 것은, 이번 삼바 사건으로 금융감독 당국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확대되고 이를 통해 투자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국내 무역수지를 견인해 온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수익 구조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은 투자 불확실성을 더 키운다. 창업 초기부터 회사와 운명을 같이한 최대주주의 경영권이 국민연금과 외국계 투기자본들에 의해 계속 위협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한진칼의 경우에서 보듯이, 상속세 때문에 사실상 경영권 승계가 불가능하다는 점 등 다양한 투자 관련 악재가 산재해 있다. 이는 해외 직접투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며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문 정부가 국내 투자 여건 개선을 포기하는 것은 분명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차리고 해외 직접투자가 늘어나는 원인을 분석해 그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투자 관련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소한, 삼바의 경우처럼 전 정권에서 인정한 회계기준을 현 정권에서는 위법이라고 단정하고 이를 범죄시하거나, 마녀사냥식으로 기업인들을 형사처벌하려는 정치적 행위는 중지돼야 한다. 기업인을 범죄시하는 경향이 강하면 강할수록 기업의 투자는 더 위축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