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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제국의 이중성’ 출간

근대 민족국가의 성립을 전후해 나타난 영토의식은 민족의 내부결속과 자아의식을 강화하는 기능을 했고, 동시에 주변국의 관계를 규정하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제국주의는 자신의 소유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소유해 이미 살고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 특히 19세기의 제국주의 열강들은 독도와 동해의 전략적 가치를 인식하고 앞다투어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했다. 따라서 독도에 대한 주권 문제는 단순한 영토 문제가 아닌 제국주의나 과거사 청산과 별개일 수 없는 것이다.

모스크바국립대 역사학부에서 역사학박사를 받았고 한국과 러시아 관련 근대사 연구를 해온 김영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의 ‘제국의 이중성: 근대 독도를 둘러싼 한국 일본 러시아’(동북아역사재단 출간)는 이렇게 시작된다. 최근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치졸한 무역 규제도 독도를 둘러싼 제국주의의 과거사 청산과 무관하지 않다.

이 책은 울릉도와 독도를 둘러싼 한국, 일본, 러시아의 근대 자료를 교차·분석하면서 그 시각의 변천을 되짚는다. 저자는 19세기 중엽 러시아 작가 곤차로프의 조선 동해안 여행기 ‘전함 팔라다호’,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해군함대문서보관소에 소장된 19세기 후반 러시아의 조선 동해안 관련 자료 및 올리부차 호의 항해 일지 등을 분석했다. 러시아는 19세기 해양탐사를 바탕으로 청일전쟁 이후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했고, 러시아 해군력 증강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저자는 러시아와 일본의 이중성에 주목한다. 일본 정부는 수산업자 나카이 요자부로(中井養三郞)를 활용하고 일본 어민의 ‘애국심’을 작동시켜 울릉도에서 일본인의 경제적인 침투를 비호하면서 독도의 불법적인 영토 편입을 정당화했다. 러시아 정부도 상인 브리네르를 동원해 울릉도삼림개발 이권을 획득하게 만든 다음, 독도를 포함한 울릉도를 해양 거점으로 활용하려고 계획했다. 결국 제국 권력은 자국민의 상업적 활동을 권장하는 동시에 자국민을 군사적 침략의 도구로 활용했다. 근대 울릉도와 독도의 역사에서도 이러한 제국의 이중적인 모습이 투영돼 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