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본위원회 노동계 계층별 대표 3인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S타워 경사노위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5차 본위원회에서 처리 예정이던 ‘탄력근로제 확대안 표결’에 불참하는 사유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탄력근로제 확대안’에 반발
이달초 계층대표 3인 ‘불참’
“사실상 민노총이 영향 행사”

ILO핵심협약 비준 사안도
5개월간 노사 이견만 확인
작년 출범이후 논란만 확대

“의결구조 바꿀 법개정 없인
현정부서 성과 도출 어려워”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이 지난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합의를 거부하고 있는 노동계 계층별 대표 3인에 대해 “화병이 난 상태”라면서 “제 임기가 8월 말인데, 7월이 가기 전에 난마처럼 얽힌 부분을 자를 것은 자르고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넉 달간 파행을 빚었던 노사정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가 장기 ‘개점휴업’ 상태로 흐르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드러낸 것이다. 노동 존중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집권 직후 노사정 대화와 합의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 경사노위는 문 위원장 스스로가 ‘식물’ 상태로 규정할 정도로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이름만 사회적 대화 기구지, 사실상 논란만 확산한다는 여론의 포화도 맞고 있다.

◇초라한 성적표, 출범 후 합의 전무=지난 4일 오전 7시 30분으로 예정된 경사노위 제5차 본위원회가 공표 6시간 만에 무산됐다. 전날 오후만 해도 본위원회 재개를 알린 경사노위는 발표 6시간 만에 일정을 뒤집고, 연기를 선언했다. 경사노위는 이날 본위원회에서 버스운수산업위원회 등 5개 신규 위원회를 설치하고,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 등 기존 위원회 활동 기한을 연장하려고 했다. 또 지난 2월 노사정이 합의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안건도 처리하려고 했다.

본위원회 연기는 계층별 대표 3명의 불참 선언으로 촉발됐다.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 이남신 한국비정규센터 소장 등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 3명은 “본위원회는 참석하되 탄력근로제 확대안 표결에는 불참하겠다”고 경사노위에 통보했다. 경사노위는 이번에도 본위원회 자체를 연기했다. 경사노위법상 노동계위원의 과반수가 참석해야 표결할 수 있어서다.

◇대통령 바람과는 거꾸로 가는 경사노위=경사노위는 현 정부의 국정 과제에 따라 지난해 11월 출범했다. 경사노위는 기존 사회적 대화기구인 ‘노사정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조직으로 문 대통령과 정부는 20여 년간 노사정 대화에서 이탈해 있던 민주노총을 참여시키는 데 힘을 쏟았다. 하지만 노력은 허사였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10월과 지난 1월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가를 안건으로 올렸지만 모두 부결됐고, 결국 불참을 선언했다.

출범부터 삐끗한 행보를 보인 경사노위는 정부가 경영계, 한국노총과 손을 잡은 뒤 정상화되는 듯했다. 지난 2월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해 어렵사리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종 의결에는 실패했다. 의결 권한을 가진 계층별 대표 3명이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탄력근로제 확대를 반대하며 문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었던 2차 본위원회를 비롯해 3, 4, 5차 본위원회를 모두 무산시켰다.

해직자와 고위공무원의 노조 가입, 전교조 합법화를 가능케 하는 내용을 담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국정 과제로 삼고 노사정 합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부터 약 다섯 달간 노사 이견만 첨예하게 대립했고, 경사노위는 결국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고용노동부가 공익위원 권고를 참조, 선(先)입법·후(後)비준의 기존 견해를 뒤엎고 사실상의 선비준 절차에 나서면서 오는 9월 정기국회서 입법과 비준 동시 추진을 진행하고 있다. 쟁점 사안이 상정되기만 하면, 합의가 결렬되고 갈등만 되풀이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사노위에 참여하지도 않은 민주노총이 마음껏 조직을 흔들 수 있는 구조”라며 “의결구조를 조정할 수 있는 경사노위법 개정이 단행되지 않으면 아무런 성과물을 못 내놓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