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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오는 18일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2017년 5월 10일) 800일이 되는 날이다. 이 기간이 경제가 어려워진 시기와 궤를 같이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경기종합지수는 2017년 4월 100.7로 정점을 찍고 지금까지 하락 추세다.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서서히 살아나던 경기 회복 추세를 꺾어놓은 것이다. 2017년 7월, 16.4% 인상된 2018년 최저임금을 발표했다. 경제주체들의 선제 대응으로 바로 부작용이 나타났다. 세계 경제가 호황을 구가하던 때 우리 경제만 침체하는 탈동조화 현상까지 발생했다.

2018년에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폐해가 본격적으로 발생했다. 소상공인들의 폐업이 증가했다. 36시간 이상 근무하는 일자리다운 일자리는 줄면서 고용의 질은 나빠졌다. 귀농·귀촌·귀어 하는 사람들의 수는 줄었지만, 농림어업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6만2000명이나 늘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소상공인들도 어려워지면서 소득분배는 나빠졌다. 가계의 소비지출도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주 52시간 근로제의 도입과 친노조 정책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급감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줄면서 국내투자율도 떨어졌다.

지난 1분기 가계부채는 1540조 원으로 2017년 말 대비 89조2000억 원이나 늘었다. 채무 상환 능력이 취약한 차주의 부채 규모는 커졌고, 연체율도 올랐다. 조세부담률도 오르면서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4%로 떨어졌다.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하는 한 내수 침체는 이번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외 경제 상황도 부정적이다. 2018년 12월부터 수출이 급감했고, 경상수지도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 양상을 보였다. 중국 정부가 기술 중시 정책을 강화하고 중국의 인건비가 오르면서 탈(脫)중국의 원심력이 커졌다. 많은 다국적 기업은 공장을 중국에서 인도·베트남으로 옮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법인세 인하 및 관세 인상 정책으로 미 본토로 공장을 옮기는 사례도 늘었다. 미·중 무역전쟁은 이러한 탈중국화를 가속화하고 미국 중심의 세계 무역질서를 다시 공고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문 정부는 친중적 행태를 보이면서 무역질서의 변화에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관세청의 6월 수출입 통계를 보면, 수출액 감소 폭이 13.7%로 7개월 연속 줄면서 그 폭이 확대됐다. 중국에 대한 수출도 24.2% 줄었다. 우리의 주요 수출 품목 중 석유제품은 전년 동월 대비 24.9% 감소했고, 철강제품 9.2%, 액정 디바이스 55.2%, 반도체는 24.8%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 우대제도 관련 규제는 충격이다. 문 정부가 일본의 행태를 비난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의혹을 해명함으로써 국제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문 정부의 대응 방법은 대외 충격의 불확실성을 더 증폭시키고 있다.

정부의 비효율적인 재정 운영도 문제를 악화(惡化)시킨다. 이번 추경안이 통과되면 국가채무가 늘어 국고채 이자 지급액만 18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내수 침체로 국세 수입 증가율이 떨어지면서 빚을 내서 이자를 갚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국고채 금리 상승과 이로 인한 투자 부진 및 가계 부담 증가도 예상된다.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내수 침체와 투자 부진, 대외 불확실성 등의 악영향으로 하반기 경제는 더 침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라도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대내외 경제 정책을 바꾸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