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보호필름 등 일본산 많아
규제 땐 품질 낮은 소재 택해야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조치가 확대되면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TV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력 수출 기업들은 현재 일본산 부품을 다양한 제품군에 활용하고 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해 수출 규제 대상을 늘리면 우리 주력 제품 생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3일 반도체를 포함해 스마트폰, TV 부문 경영진과 만나 비상계획 마련을 당부했다. 이 부회장이 스마트폰과 TV 부문에도 비상계획을 지시한 것은 일본이 추가로 전략 물자 수출 규제를 확대할 경우 스마트폰과 TV 생산에 필요한 부품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 수리정보 전문업체 ‘아이픽스잇’이 올해 출시한 삼성 갤럭시 S10을 분해한 결과, S10에는 일본 무라타가 제조한 와이파이·블루투스 모듈, S10e에는 일본 도시바의 128GB(기가바이트) 낸드 플래시 스토리지가 탑재돼 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도 대부분 일본산 소재를 쓰고 있다. 삼성과 LG가 사용하는 배터리에 필요한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 4대 소재는 대부분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다. 특히 핵심 소재로 꼽히는 배터리 분리막은 거의 전량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분리막은 배터리 내부에서 전기를 만드는 양극재와 음극재를 분리해 이온만 통과시키는 소재다. 이때 문제가 발생하면 폭발로 이어진다.

TV도 문제다. 삼성과 LG가 LCD TV의 편광판을 보호할 때 쓰는 TAC 필름도 일본산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핵심 소재도 대부분 일본산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자업계 관계자는 “일본산 부품과 소재를 쓰는 건 최정상급 완제품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만약 일본이 수출 규제 대상을 넓히면 상황에 따라 소재·부품의 품질이 떨어지는 공급처로 갈아타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