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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獨 등 에어컨설치율 5% 안돼
더위 계속되자 유럽서 판매 증가
20년 내 수요 2배로 증가 예상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이 6월 이후 기록적 폭염에 시달리는 가운데 이상기후가 ‘에어컨 불모지’로 불리는 유럽에 에어컨 바람을 불러올지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등과 달리 현재 유럽의 에어컨 설치율은 5%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기후변화가 본격화하면서 유럽의 에어컨 수요는 향후 20년 내에 2배 정도로 증가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10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28일 프랑스 최고기온이 6월 역대 최고기록을 뛰어넘는 45.9도(화씨 114.6도)를 기록하는 등 유럽 전역이 평균 35도를 훌쩍 넘는 기록적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상고온이 이어지면서 프랑스 정부는 적색경보를 발령해 야외스포츠, 축제 등을 연기했다. 40도 넘는 폭염이 닥친 스페인에서는 자연발화로 대형 산불이 발생해 60㎢ 넘는 산림을 불태우기도 했다. 독일에서도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철로가 폭염으로 휘는 일이 발생했고 일부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이번 폭염은 사하라사막 북부 뜨거운 공기가 제트기류를 타고 유럽으로 넘어온 것이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유럽 내 냉방기 수요도 늘고 있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 전역에서 에어컨, 선풍기 판매가 증가했다. 독일의 경우 주민들이 지역 내 냉방시설이 설치된 건물 지도를 공유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베를린의 한 에어컨 설치업자는 몰려드는 주문을 견디다 못해 전화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에어컨 보급률이 90% 넘는 미국과 달리 대다수 가정이나 공공기관에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유럽에서 이 같은 에어컨의 인기는 극히 이례적이다. 실제 2016년 기준 유럽 전역에 설치된 에어컨 숫자는 전 세계에 설치된 에어컨 16억 대 가운데 6%가량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중국(35.1%)이나 미국(23%)은 물론 일본(9.2%)보다도 적은 수치다. 평년 프랑스 파리의 7월 최고기온이 25도, 독일 프랑크푸르트나 베를린의 경우 24도에 그치는 등 유럽인들에게는 서늘한 여름이 일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향후 기록적 열기가 더 잦아지고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럽의 에어컨 수요가 20년 내에 2배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 1990년 기준 4400만 대 수준이었던 유럽 에어컨 설치대수는 올해 1억1000만 대, 2050년에는 2억7500만 대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IEA는 현재 전체 에너지소비량의 10%를 차지하는 유럽의 냉방용 전력 수요가 향후 30년 내에 3배로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 가운데 일부 유럽인들은 여전히 에어컨 냉방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하고 있다. 폭염기간만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여름 기온이 낮고, 에너지 소비 증가에 따른 배출가스 증가에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WP는 “유럽의 여름은 대부분 기간 텍사스주나 애리조나주 주민들에게는 온화한 겨울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