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미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검토”… 실효성 있나

분양가 1년새 12% 상승
집값도 따라 오르자 칼 빼

전문가 “재건축 등 직격탄
아파트공급 크게 줄어들어
되레 집값상승 부추길수도”

서울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자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빼들었다. 공공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 중인 상황에서 민간택지로 확대될 경우 집값 안정 기대에도 불구, 주택 공급 차질로 장기적으로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9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 아래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분양가 상한제) 지정 요건 등을 바꾸는 방안 등을 통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업체 적정 이윤을 보태 분양가를 산정, 그 가격 이하로 분양하는 제도로 2007년 시행했다가 박근혜정부 들어 폐지됐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지방자치단체 분양가심사위원회의 심의·승인을 거쳐야 시행할 수 있다.

김 장관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은 분양가 상승이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인식, 시장 불안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실제 5월 말 기준 지난 1년간의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주택도시보증공사 조사)는 평균 12.54% 올랐고, 서울 집값도 지난해 11월 이후 34주 만에 상승 반전(4일 한국감정원 조사 기준)했다. 여기에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분양 보증 심사를 분양가와 연계(분양가 상승 폭 제한)하면서 재개발·재건축단지 후분양도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에서는 공공에 이어 민간 택지마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재개발·재건축단지가 직격탄을 맞아 주택 공급이 급감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신규주택 분양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일반 주택가격까지 내려올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 분양가와 시세와 격차가 커지면서 이른바 ‘로또 아파트’만 증가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형건설사들은 “분양가 상한제가 공급 위축은 물론 주거단지 설계, 내부 자재 등에서 하향 평준화를 불러 품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서울 집값의 일시적 안정에는 이바지할 수도 있지만 재개발·재건축단지 사업 지연으로 공급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국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공급 위축에 이은 집값 상승을 부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