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로터리 고가차도 철거후, 서울광장 2배 문화공간 만들 것”

이미지 크게보기 8일 채현일 서울 영등포구청장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취임 1주년을 맞은 소회와 향후 구정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영등포구 제공

- ‘영등포구 미래 100년’ 초석 다지는 채현일 구청장

임기 첫 1년, 도시 정비에 집중
영등포역 인근 노점상들 정리
시장 주변 불법 적치물도 치워

미래 위해 교육 예산 적극 지원
학교 안전시설 설치에 88억원

경인로·문래동 ‘퓨처밸리’ 조성
도시재생 사업비 500억원 투입
하반기엔 예술지원센터도 착공

채현일 서울 영등포구청장은 올해 49세로 서울 25개 구청장 중 가장 젊다. 채 구청장은 젊은 구청장의 패기로 구의 50년 숙원이었던 영등포역 앞 노점상 정비 등 지역 숙원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불편한 거리는 쾌적하게, 답답했던 소통은 시원하게 해 ‘탁 트인 영등포’를 만들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민선 7기를 시작했던 채 구청장은 지난 1년간의 성과에 대해 ‘80점’이라고 자평했다. 남은 임기 동안 부족한 20점을 채우면서 영등포의 백년대계를 그려가겠다는 목표다.

채 구청장은 8일 영등포구청 집무실에서 문화일보와 만나 구의 또 다른 숙원인 ‘영등포 로터리 고가차도 철거 사업’에 대해 “영등포구가 재도약하는 하나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밝혔다.

이미지 크게보기 채현일 서울 영등포구청장이 지난 5월 30일 영등포구 양평1동에서 ‘찾아가는 탁트인 구청장실’ 일정으로 길거리를 청소하고 있다. 영등포구 제공

그는 “고가차도가 있던 자리에 서울광장의 2배 규모에 해당하는 녹지공간과 복합문화공간, 보행 육교를 조성해 구의 변화를 상징하는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영등포 로터리 고가차도 철거와 상징공간 조성 사업은 민선 7기 채 구청장의 핵심 공약이다. 고가차도는 영등포역에서 여의도공원으로 이어지는 구의 ‘관문’격에 해당하는 자리에 있는데 차량 동선이 복잡하고 위험해 교통사고가 잦은 데다 도시 미관을 저해하고, 지역 단절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였다.

채 구청장은 지난 1년간 영등포역 앞 노점상을 정비하고 영등포시장 북문 주변 도로의 불법 설치물과 적치물을 정비하는 데에 집중했다. 채 구청장은 “만시지탄이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던 것이고, 저는 구민이 뽑아준 구청장이니까 구민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게 맞는다”며 “노점상과 주민, 공무원, 전문가 등이 모이는 상생위원회를 만들어 대화와 설득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소통과 협치’를 지난 1년간의 최대 성과로 꼽았다. 채 구청장은 “소통은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공통점은 확산하며, 차이는 줄여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38만 명 인구 모두의 욕구를 충족할 수 없다면 구청은 여러 기제를 통해 끊임없이 의견을 받고 소통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소리가 큰 소수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원칙과 상식에 의한 ‘예측 가능한 행정’을 하는 공직자의 자세를 강조한 점도 소통의 힘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채 구청장은 현장에서 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수렴한 요구들을 토대로 쓰레기 청소와 주차문제 등 주로 기초 행정에 역량을 쏟아부었다고 했다.

그는 “‘영등포 1번가’나 ‘영등포 신문고’ ‘영등포 100년 미래비전 자문단’ 등을 통해 소통과 협치의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주민 제안을 분석한 결과, 생활민원이 제안의 50% 이상을 차지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채 구청장은 “요즘은 4차 산업혁명·정보화·초고속 시대다 보니 현장에서의 목소리가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한 시간 전과 후가 다를 수 있다”며 “입체적이고 창의적인, ‘반 발자국 앞선’ 행정이 필요하다. 현장과 부서가 씨실과 날실처럼 유기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채 구청장은 국내 타 지방자치단체의 우수사례를 시찰하고 구정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채 구청장은 “다른 지자체는 해외 사례에 대한 비교 시찰도 하지만, 법체계나 문화 등의 차이 때문에 우리 현실에도 맞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든다”며 “멀리서 찾는 것보다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가까이서 찾고 검토해서 바로 적용할 수 있어 좋다”고 추천했다.

채 구청장은 영등포구의 미래를 위해 교육 문제에 힘을 모으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우선 지역 내 학교마다 방문해 해결해야 할 현안을 듣고 예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학교 공감 프로젝트’를 이어간다. 지난해 12개 학교를 방문했고, 올해 들어 10개 학교를 방문했다.

채 구청장은 아이들이 밝고 안전한 환경에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자 지역의 책임이라고 보고 안전하고 쾌적한 통학로를 조성하기 위해 힘썼다. 구는 전국 최초로 초·중·고교 통학로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학교 안전시설물 설치·보강 사업에 올해 88억 원의 교육경비보조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지역 내 70개의 유치원과 학교를 대상으로 미끄럼방지 포장을 하고 과속경보기·교차로 알리미를 설치하는 등 통학로 환경 개선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2022년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다.

도서관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세대가 활용할 수 있는 주민 커뮤니티이자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빈집 등을 활용해 ‘주민 사랑방’ 형태의 마을도서관도 확충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채 구청장은 “영등포역 앞 경인로와 문래동을 중심으로 퓨처밸리를 조성해 지역 일대를 4차 산업의 전진기지로 육성하겠다”며 “경인로 주변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사업에 마중물 사업비로 5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밀가루 공장이 있던 대선제분 자리에 서울시 최초의 민간주도형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에는 전시관과 미술관, 카페, 공연장 등의 공간이 마련된다”며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면서 주변 지역이 부흥하는 식의 변화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문래동 문래창작촌에 예술인을 지원하고 소통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문래예술종합지원센터도 올 하반기 착공한다. 문래동 공공용지에는 제2 세종문화회관을 2022년까지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채 구청장은 “제2 세종문화회관 건립을 통해 대선제분 복합문화시설과 함께 지역 일대에 문화 벨트를 조성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채 구청장은 “임기를 마칠 즈음에는 영등포구 미래 100년의 기반과 초석을 다진 구청장이라는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겠다”며 “예측 가능하고 공정한 인사로 직원이 잠재력을 발휘하고 역량을 강화하도록 했다는 평도 듣고 싶다”고 밝혔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