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내달중 韓제외 절차 추진
자동차·배터리업계까지 긴장

일본 정부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에 대해 4일부터 수출 규제에 들어갔지만, 재계에서는 이는 전초전일 뿐 일본이 수출 과정에서 허가 신청을 면제해주는 ‘화이트 리스트’ 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할 경우 다른 산업으로까지 확전될 수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당장 8월 중 화이트 리스트 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절차를 밟기로 한 만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는 물론 자동차 및 화학 업계까지 추가적인 제재 가능성에 대비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재계에 따르면 내달부터 시행되는 화이트 리스트 제외 사태에 대비해 각 기업은 일본에서 수입해오는 원재료 파악은 물론, 대체 가능 여부까지 전수조사에 나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미 3가지 품목에 대해서는 이날부터 허가제가 실시된 만큼 최초 케이스를 기다려봐야겠지만, 내달부터 시행되는 화이트 리스트 제외 품목은 무엇 하나도 구체화된 것이 없어 더욱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화이트 리스트 제외에 따른 일본 수출 제한 품목에 대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화이트 리스트 ‘공포’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뿐 아니라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까지 덮치고 있다. 최근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일본 정부가 자동차 부품 소재에서도 화이트 리스트 제외를 적용할 경우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미·중 무역 갈등에 이어 최근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부품소재 수출규제를 확대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규제가 확대되는 경우에는 생산 차질이 발생되지 않도록 모니터링 강화 등 민관 협조를 긴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기업 상당수는 일본 업체들로부터 정밀 작업을 위한 공작기계를 비롯해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 계통, 초정밀 광학렌즈 등 정보기술(IT) 기반 부품들을 조달받고 있다.

일본이 원천 소재에서 강점을 보이는 배터리 분야에서도 추가 조치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를 비롯한 관련 기업은 내부 회의를 소집해 배터리 원천 소재 공급망 관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한화토탈, 현대케미칼 등이 석유화학제품인 파라자일렌(PX)을 생산할 때 부족한 원료 자일렌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또 최근 배터리 공정에서 일본의 원천 소재를 도입한 일부 회사들도 이번 보복 조치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자체 점검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유럽, 한국 등으로 공급망이 분산돼 있기는 하지만 일본이 배터리 원천 소재에서 기술적 우위를 지닌 만큼 산업 현장에서 상존하는 리스크를 상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지·김성훈·권도경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