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낙연(오른쪽 세 번째)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며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 총리,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명래 환경부 장관. 연합뉴스

- 정부 ‘상응조치’에 촉각

국내법상 ‘전략물자통제’검토
외교적 압박·수입대체처 발굴

글로벌 체인 연결된 국내반도체
美·中·EU 등에도 ‘피해’ 미쳐
對日압박 공감대형성 가능 판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일본의 수출규제를 우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추가해 국제·국내법상 상응 조치 등으로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가 내놓을 ‘상응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홍 부총리는 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일본을 겨냥한 수출·입을 포함한 경제 제재 등 맞보복 전략을 고려하고 있냐는 질문에 “현 시점에서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카드를 제시하지 못했다.

경제 부처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정부에서 공언한 대로 WTO 제소로 갈 때 일본이 과거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에 대처한 방식을 원용해 외교적 압박, 수입 대체처 발굴, 대체 국산품 개발 등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2년 중국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로 일본 등과 갈등을 빚을 당시 일본은 미국, 유럽연합(EU)과 연대해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를 WTO에 공동 제소한 바 있다. 미국과 동맹들은 2014년 승소 판정을 받았고, 중국은 규제 조치를 풀었다. 이번에 일본의 3가지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로 인해 글로벌 점유율 1위인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경우, 반도체 가격 상승과 함께 연관 산업으로의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요 산업국들 간 대(對)일본 압박의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고 정부는 판단하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 당국자는 “WTO에서 중국이 패했고, 희토류 수출 중국 업체들도 피해를 상당히 봤다”며 “국내 반도체 산업 피해는 글로벌 체인으로 연결돼 미국, 중국을 포함해 EU 업체로까지 피해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 시간이 흐를수록 국제 여론이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대응 보복 조치로 ‘전략물자 통제’ 관련 국내법 적용 여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를 겨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540호에 따른 국제평화와 안전유지를 위한 전략물자 수출통제는 그 취지에 맞게 각국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무역과 안보 문제를 잘못 연계시켜 한국에 대해 불공정한 조치를 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전략물자 통제는 대량파괴 및 재래식 무기의 제조·운반에 이용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인 전략물자가 특정 안보우려 국가나 테러집단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