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比·네덜란드 잇단 입법
적발땐 벌금·사회봉사 처벌

中 시안엔 ‘폰사용 전용도로’
이스라엘선 바닥에 신호등

세계 각지에서 ‘스몸비(Smombie·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와의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스마트폰에 집중한 채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이동하다 다치거나 숨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아예 보행이나 자전거 이용 시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곳까지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전용도로를 만들거나 도로 바닥에 신호등을 설치하는 등 배려 조치도 병행해서 이뤄지고 있다.

3일 필리핀 현지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북부 벵게트주에 위치한 바기오시 의회는 지난 6월 24일 ‘산만한 보행 방지’ 조례를 통과시켰다. 시장 서명을 남겨둔 이 조례는 거리를 비롯한 공공장소에서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적발될 경우 처음에는 경고, 두 번째 적발 시에는 1000페소(약 2만2890원)의 벌금을 내도록 했다. 3번 적발될 경우 벌금 2000페소와 최장 10일간의 사회봉사명령, 4번째 적발 시에는 벌금 2500페소와 11∼30일간의 사회봉사명령이 내려진다. 자전거의 천국으로 알려진 네덜란드에서는 지난 1일부터 자전거를 타면서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를 사용하는 행위가 법으로 금지돼 위반 시 230유로(30만4186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미국 뉴욕주 상원에서도 지난 5월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스마트폰, 태블릿 등을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이 교통위원회에 제출됐다. 민주당 소속 존 류 주상원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길을 건널 때 스마트폰 등을 내려다볼 경우 첫 번째 적발 시 벌금 25∼50달러를 부과하도록 하고 18개월 이내에 다시 적발될 경우에는 최대 250달러의 벌금을 내도록 했다. 특히 법안은 걸으면서 스마트폰 등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가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하와이주 호놀룰루시는 2017년 보행 중 스마트폰을 이용하다 적발되면 최대 99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도입한 바 있다.

스몸비 증가에 따른 사고를 막기 위한 기발한 방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국 산시(陝西)성의 성도 시안(西安)에서는 지난해 길이 약 100m, 너비 80㎝로 바닥에 ‘휴대전화 전용 도로’라고 쓰인 스몸비 전용도로가 만들어졌다. 충칭(重慶)시도 2014년 도심 쇼핑몰 인근에 휴대전화 전용도로를 선보였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는 최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바닥에서 빛을 쏘는 바닥 신호등을 도입했다. 보행자용 일반 신호등과 연동된 이 신호등은 보행 시에는 초록색, 정지 시에는 붉은색 빛을 낸다.

다양한 배려 조치나 법적 금지의 확산은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서 보행 중 사망 사고가 덩달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가안전위원회에 따르면 2009년과 2016년 사이에 미국 전역에서 보행자 사망률이 46% 증가했다. 2017년의 경우 한 해 동안 6000여 명의 보행자가 충돌로 사망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스마트폰에 집중한 채 길을 걷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산됐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