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격론’ 자칭궈(왼쪽)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와 데이비드 샴보 조지워싱턴대 교수가 2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문화미래리포트(MFR) 2019’에서 중국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 미국과 ‘전략 충돌’… 중국은 어디로

- 데이비드 샴보
“R&D 투자비중 2.5% 불과
‘상향적 혁신’만들어내지못해
최대 원인은‘習 신전체주의’
소득불평등 심화 등 부작용”

- 자칭궈
“中연구, 비관론 아니면 경고론
중국패권론은 서구적 잣대
일대일로, 상호 발전적 투자
中, 부패방지 등 내부적 발전”

26일 열린 ‘문화미래리포트(MFR) 2019’에서는 제1세션(중국의 미래)부터 미국과 중국의 두 석학이 중국의 미래에 대한 비관론과 낙관론으로 엇갈려 충돌했다. 데이비드 샴보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1인에게 권력이 과집중돼 있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치체제에선 답보 상태가 계속돼 중진국의 함정을 극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자칭궈(賈慶國)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중국패권론에 대해 음모론 수준의 얘기가 나오지만, 중국은 일반적인 국가 분석과 같은 잣대로 분석해선 안 된다”며 “중국이 ‘이중 정체성’을 잘 관리하면 미래는 낙관적”이라고 맞받아쳤다.

◇“중진국 함정 속 시진핑 체제, 성장 동력 잃었다”= 샴보 교수는 중국이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진국의 함정이란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 초기에는 순조롭게 경제성장을 이루다가 중진국 수준에 와서는 성장이 장기간 둔화·정체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샴보 교수는 중국이 성장은 계속하겠지만 진정한 혁신을 통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샴보 교수는 중국이 이 같은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 시기를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인 2008∼2009년으로 꼽았다. 이 시기 이후 두 자릿수 이상의 경제성장률이 되지 않고 있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샴보 교수는 최우선 원인을 정치체제의 진보가 이뤄지지 않은 데서 꼽았다. 개혁개방 당시 덩샤오핑(鄧小平) 정권이 ‘연성화된 권위주의(Soft Authoritarianism)’ 정치체제를 채택해 중국의 발전을 이끌어냈다면, 현재 시진핑 체제는 ‘경성화된 권위주의(Hard Authoritarianism)’를 넘어 ‘신전체주의’ 체제라 불릴 정도로 경직된 정치체제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시스템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혁신’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제체제에 머무르고 있다는 의미다. 샴보 교수는 혁신이 조직의 상층부에서 하위층에 지시해 이뤄지는 ‘하향적 혁신’과 아래층에서 위로 개혁이 이뤄지는 ‘상향적 혁신’ 중, 상향적 혁신이 많아야 경제체제의 발전이 이뤄질 수 있는데 현재 체제하에선 오로지 ‘하향적 혁신’만이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샴보 교수는 “중국의 기업들이 수익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비용으로 2.5% 정도만을 사용하고 있다”며 한국(3.3%), 대만(3.1%)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경제성장이 멈추게 되고, 사회가 발전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샴보 교수는 중국의 발전을 위해선 중국이 준(準) 민주주의까진 아니더라도 연성화된 권위주의나 경성화된 권위주의적 정치체제를 유지해야 하는데, 시진핑 정권하에선 두 가지 길 모두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실제 현재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소득불평등 등을 ‘신전체주의 회귀’의 부작용으로 열거했다.

◇“왜곡된 투키디데스 함정 논리”= 자칭궈 교수는 샴보 교수 진단을 “서구적인 잣대”라며 반박했다. 자 교수는 “중국 연구가들 대다수는 중국이 서구적 민주화에 실패하고 있고, 세계로부터 인정도 받지 못한 채 세계의 중심국가로 도약하는 데 실패할 것이라는 비관론자와 중국이 세계 지배의 야욕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경고론자로 구분된다”고 지적한 뒤 “보다 균형 잡히고 현실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 교수는 ‘중국패권론’으로 인해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된다는 분석에 대해 “그것이야말로 ‘투키디데스의 함정’(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 간의 불가피한 전쟁)에 빠져 있는 논리다”고 반박했다. 자 교수는 다만, “약하면서 강한 나라, 평범하면서 초강대국인 이중 정체성을 가진 중국이 모순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문제”라고 진단한 뒤 “중국은 다자주의적 협력과 솔직한 대화·협력을 통해 전 세계를 안심시켜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자 교수는 “중국이 한 번도 다른 국가를 무력으로 침공하지 않았으며, 실제 19세기 제국주의 국가들이 했던 방식에 비해 더 우호적이고 좋은 관계를 주변국들과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이니셔티브를 통해 각국에 많은 투자를 하는 정책 또한 각국을 ‘부채의 함정’에 빠뜨려 중국에 종속시키려는 게 아니라 상호동의하에 서로 발전적인 투자를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자 교수는 “중국이 합리적이고 법에 근거하는 나름의 내부적 발전과 성과를 이루고 있다”고 해명했다. 자 교수는 특히 “중국과 비슷한 단계의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중국은 크게 뒤처지지 않는 발전상을 만들어가고 있고, 점점 발전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 교수는 “중국이 과거 미국보다 국제질서를 훨씬 더 잘 지켜가고 있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박준우·정유정·김수민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