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대균 국가무형문화재 제58호 줄타기 예능보유자가 줄타기 공연에서 펄쩍 뛰어오른 후 양반다리로 줄 위에 내려앉는 재주를 보여주고 있다. 전통줄타기보존회 제공

⑬ 김대균 줄타기 예능보유자

피리·대금 등 삼현육각 악기에
재담까지 어우러진 공연 예술

아홉살에 처음으로 줄 올라
엉덩이 피범벅 되도록 연습
열여섯살에 군중 앞 첫 시범
민속촌서만 700여차례 공연

많이 위험해 보여서 그런지
요즘 젊은이들 관심 영 없어
전수관 빨리 지어 전통 잇길

우리 전통 마당놀이의 하나 정도로 알려져 있는 ‘줄타기’에도 엄연히 전승계보가 있다. 광대줄타기와 어름줄타기의 두 갈래가 바로 그것이다.

광대줄타기는 재인청(才人廳)에 딸린 광대가 외국 사신 접대나 궁궐 명절 행사, 사대부 집안의 연회장소에서 벌이는 연희였다. 반면 어름줄타기는 가난한 백성들을 상대로 유랑예인 집단인 남사당패가 벌이던 마당놀이 중 하나였다.

그래서 반주도 광대줄타기에는 피리, 대금, 해금, 장구, 북 등 삼현육각(三絃六角)이 동원됐고, 어름줄타기에는 꽹과리, 징, 장구, 북 등 사물놀이 농악기가 등장했다.

현재 문화재청에서는 광대줄타기를 국가무형문화재 제58호로 지정해 관리 중이며 남사당패의 줄타기 놀이는 국가무형문화재 제3호 남사당놀이의 여러 놀이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김대균(52) 줄타기 명인은 재인광대 계열로 국가무형문화재 제58호 줄타기 예능보유자다. 줄타기는 유네스코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지정돼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광대줄타기나 남사당 놀이패의 줄타기를 다 같은 줄타기로 보겠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점이 많아요. 유랑예인들의 어름줄타기가 기예적인 부분만 강조하는 것이라면 광대줄타기에는 줄재담부터 악기구성, 줄위에서의 놀이 등 대본 격인 ‘연희본’이 있고, 소요시간만 3시간 남짓합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줄타기 공연을 ‘판줄’이라고 하죠.”

김 보유자는 아홉 살 때부터 줄에 올랐다. 줄과 마찰 때문에 엉덩이가 피범벅이 되고 심지어 줄에서 떨어지면서도 이를 악물고 연습을 했다. 그리고 열여섯 살이던 1982년 5월 1일 용인 한국민속촌에서 군중 앞에서 처음으로 줄타기 공연을 했다. 그 이후 민속촌에서만 700여 번 공연을 했고, 지방의 각종 전통 행사나 축제에도 김 보유자는 빠짐없이 초청된다.

김 보유자는 김영철 선생으로부터 교예를, 고 이동안 선생으로부터 재담을 사사했으며, 2000년 7월 22일 작고한 스승 고 김영철 선생의 뒤를 이어 국가무형문화재 제58호 줄타기 예능보유자로 인정됐다.

이미지 크게보기 김대균 줄타기 예능보유자가 줄 위에서 부채로 균형을 잡고 있다.

우리 줄타기는 말뚝에 고정시켜 작수목으로 길이 12m, 높이 3m로 고정한 삼 줄 위에서 줄의 탄력을 이용해 부채로 균형을 잡아가면서 하늘을 날며 펼치는 연희다. 줄 위에서는 40여 가지의 묘기가 펼쳐지는데 백미는 ‘살판’으로 줄 위에 일어서서 뒤로 뛰어올라 공중회전을 한 다음 줄 위에 앉는 동작이다. ‘잘하면 살 판이요, 잘못하면 죽을 판’이라는 재담도 등장한다. 요즘은 공간과 시간의 문제 등으로 줄의 높이를 낮추고 길이도 줄인 다음 줄타기 기예 중 보기 좋은 알짜만 골라서 보여주는 ‘도막줄’ 공연을 많이 한다고 한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한국의 줄타기가 등재된 이유는 줄타기 기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삼현육각의 음악, 줄광대의 재담까지 어우러진 ‘공연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줄타기는 국가무형문화재 긴급보호종목으로 지정돼 있어요. 위험해 보여서 그런지 젊은이들이 큰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에 이수자는 없고 전수생만 3명입니다.”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제58호 줄타기보존회는 11년 전 경기 과천시의 후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연습을 위해 여유 공간이 필요한 줄타기의 특성상 ‘줄타기 전수관’의 부재가 아쉬운 상황이다.

“유일하게 무형문화재 중에서 전수관이 없어요. 여름에도 야외에서 차광막을 쳐놓고 연습합니다. 전수관이 빨리 지어져서 교육이 더 쾌적한 환경에서 이뤄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젊은 이수자도 그래야 많이 찾아올 것이고요.”

현재 과천에서는 과천 시민이 중심이 돼 ‘줄타기 전수관 및 상설공연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26일 오후 과천문화원에서 추진위원회의 창립총회가 열렸다. 총회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24일 과천의 갈현동문화교육센터 4층의 전통줄타기보존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 보유자의 홍조 띤 얼굴에 기대감이 넘쳐 보였다.

과천 =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