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해외 검찰총장 임명방식

미국의 경우 최고 권력자의 영향력이 미치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후보를 지명하는 한국과 다르게 검찰총장을 법무부 장관이 겸직하고 있다. 검찰총장이라는 별도 직책을 두지 않고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으로서의 직권을 행사한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명한다고 볼 수 있지만 검찰총장 후보자는 상원의 인사청문회와 임명 동의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사전에 대통령이 백악관 인사국과 연방수사국(FBI)의 신원조회, 국세청(IRS)의 세금조사, 공직자 윤리위원회의 조사 과정 등 다양한 검증 채널을 통해 후보자의 모든 사항을 보고받는다.

미국은 검찰총장을 비롯한 연방검사들의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다. 대통령과 같은 정당 소속인 데다, 진퇴 역시 대통령의 인사권에 따르거나 정권의 부침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특별검사 수사 논란 끝에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을 경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연방검찰과 달리 미국의 주 단위 이하 검찰은 독립적이다. 주 검찰총장과 지방검사장 등은 유권자의 선거로 뽑히고 임기가 거의 보장된다. 독일 역시 검찰총장과 연방검사는 법무부 장관의 제청과 상원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다.

한국과 비슷한 기수 문화를 가진 일본은 총리가 검사총장(검찰총장)을 임명하고, 별도의 인사청문 절차는 없다. 최고위급 검사인 도쿄(東京)고검장이 검사총장으로 자연스럽게 승진하는 전통이 특징적이다. 1964년 이후 두 차례를 제외하고는 이 같은 전통이 지켜지고 있다고 한다. 일본 검찰은 도쿄·오사카(大阪)·나고야(名古屋) 지검에만 특수부를 두고 있는 만큼 검사총장은 아예 정치적인 수사에서 사실상 손을 떼라는 의미다.

이원집정부제 국가인 프랑스는 검찰총장이 내각의 동의를 받아 임명된다. 별도의 청문 절차는 없다. 법무법인 동인의 김종민 변호사는 “프랑스는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은 상·하원 등 외부인사 8명과 판검사 등 법조인 7명으로 구성된 최고사법평의회에서 담당한다”면서 “평의회 검사들의 경우 직급별 대표가 모여 있기 때문에 검찰총장 후보자를 더욱 내실 있게 검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임명·감독하는 등 형식적으론 상하관계를 취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론 총장이 내각이나 정파로부터 독립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전통이 지켜지고 있다.

법조인들은 해외 사례를 통해 한국 검찰총장 임명에 있어 국회 인사청문회만 거치도록 하는 현행 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처럼 본회의 표결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총장 임명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면 첫 단계에서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