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규제 풀어줄 생각 있을까
정책기조 변화 크게 기대 안해”

“視界제로 경제현실 직시하고
개인소신보다 大전환 밝혀야”

‘재벌 저격수’로 알려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총괄함에 따라 경제계의 긴장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김 실장이 취임 일성으로 기업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경제 상황에 맞는 유연한 정책 구사를 표방하며 부정적 시각을 ‘진화’하려 했지만, 반응은 냉랭하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뼈대인 ‘J노믹스’의 설계자인 김 실장이 정책 기조 수정 의향은 전혀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기업인과의) 자리만 만들고 (의견 경청 시늉만) 하는 ‘들어만 주는 정부’의 실체를 다시 확인하게 될 것”이란 혹평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24일 “기업인 사기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이번 인사를 보는 기업인들의 고뇌가 더 깊어졌다”며 “잠재성장률 하락, 투자·소비·수출 등 3대 성장엔진의 표류, 실물경제의 역(逆)성장이란 시계(視界) 제로의 경제 현실을 직시해 (김 실장) 개인 소신보다는 정책의 대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김 실장은) 이미 ‘재계 저승사자’란 이름으로 규제, 규율, 공정거래 분야에서 활동해 기업 처지에서는 우려감이 매우 크다”며 “소통을 강조했으면, 적극적으로 기업 규제를 풀어줘야 하는데 그런 관점, 철학을 가졌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김 실장의 변치 않은 정책 철학과 기조를 고려하면, 김 실장의 유연성 있는 정책 추진 방침 피력을 곧이곧대로 믿었다가 다시 궁지에 몰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감지되고 있다. 10대 그룹에 속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권 지분을 쥔 큰 축 중의 하나가 (김 실장과 같은) 참여연대 출신들로, 이들이 정권의 인재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번 인사로 정책 기조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실장이 공정거래위원장 재직 시 추진한 갑질 개선 정책의 주요 대상이었던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분규 때 편의점 거리제한 등 가맹점주에만 쏠린 편향된 정책이 나왔다”며 “편의점 본사들이 상생협력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게 되면서 결국 영업이익이 줄어 경영상황이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경제계는 경제 라인 교체로 정책 부작용이 확인된 만큼 냉철한 현실인식으로 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할 것을 요청했다. 한 경제 단체 고위 관계자는 “신임 경제팀은 경제성장과 함께 기업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늘릴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김 실장은 금융 전공자로, 시장 경제 이해도가 높은 만큼 과거(컨트롤타워)보다는 경제에 대한 안목이 좋을 것”이라며 “소득주도성장 논리가 너무 강조돼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치 않은 정책이 나왔는데 동반, 포용과 함께 시장경제의 이점을 살릴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종·임대환·김성훈·이해완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