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30일 방한할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휴전선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방한 때에도 방문하려 했으나 기상 문제로 포기했을 정도로 애착을 가지고 있다. 양국 정부는 공식 확인해주지 않고 있지만 DMZ 방문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 언론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어, 미·북 또는 남·북·미 정상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당국자들이 잇달아 남북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언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쌀 5만t 지원 계획까지 밝히고 있어 이번 주말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단하기 어렵다.

이미 북한과 중국은 지난 20일,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4월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게다가 미·북 정상은 ‘친서 외교’로 3차 회담의 길을 닦고 있다. 김 위원장은 23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흥미로운 내용”의 답신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미·북 간에 실무협상도 할 예정이라 한다. 이런 와중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 앞선 남북 4차 정상회담 필요성을 강조하며 “하루 전에 약속해 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주말 열릴 일본 오사카 G20 무대에서는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 중국, 러시아, 주최국인 일본이 무슨 논의를 할지 모른다. 특히 중·러 양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의 안보 우려 해소 및 유엔 대북 제재 완화를 대놓고 요구하며 북한 편을 들고 있다.

이럴수록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해 ‘중심’을 잡아야 할 텐데, 양국 모두 중심을 잃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재선(再選) 출마 출정식 후 모든 현안을 ‘재선 유불리’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 이란의 미군 무인정찰기 격추 사건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10분 전 중지시킨 게 대표적이다. 이번 방한 때 DMZ에서도 쇼를 할지 알 수 없다. 문 정부마저 평화·대화 지상주의에 매몰돼 그런 경향을 더 부추기면 북핵 폐기는 물 건너간다. 중국은 이미 대북 제재 완화 또는 제재 뒷문 열기에 나섰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방한이 현란한 쇼에 그치게 해선 안 된다. 북핵 폐기가 더 어려워지는 만큼 대북 제재의 끈을 더 죄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