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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 송환위’소송 기자회견

北서 3년동안 탄광 강제노동
위자료 1억6800만원씩 청구

북한 정권과 김정은(얼굴) 북한 국무위원장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민사소송이 국내에서 처음 시작되면서 재판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원고 측 변호인단은 오토 웜비어 사망에 대한 미국 법원의 판결을 사례로 들면서 국내 법원도 북한에 손해배상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1일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16년 탈북 국군포로 2명을 대리해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뒤 지난달 8일 변론준비기일 통지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변론준비기일을 가졌다. 소송을 제기한 국군포로 한재복(85) 씨와 노사홍(90) 씨는 6·25전쟁 당시 포로가 된 뒤 수용소에서 지내다 1953년 휴전 후 1956년까지 3년간 내무성 건설대에 배속됐다. 한 씨 등은 “북한 당국이 탄광에서 채굴 등 강제노동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한 씨 등은 33개월의 임금에 육체적·정신적 위자료를 포함해 각각 약 1억6800만 원을 청구했다.

한 씨와 노 씨 등은 2000년대 들어서 탈북에 성공했지만, 1956년 이후엔 형식상으로나마 북한 사회로 편입됐기 때문에 이번 소송에서는 임금 등 아무 대가 없이 일했던 33개월의 노동력 착취만을 청구 대상으로 삼았다. 변호인단 대표를 맡은 김현(전 대한변호사회 회장) 변호사는 “6·25전쟁 후 억류된 수많은 국군포로의 희생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며 “북한 정권에 6·25전쟁과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의미도 갖는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북한에서 억류돼 고문 끝에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부모는 미국에서 북한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5억 달러의 손해배상액을 인정받았다”며 “한국 대법원도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이번 소송 역시 승소를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국내 방송·출판사 등으로부터 받아 법원에 공탁한 북한 저작권료의 가압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문협은 2008년까지 북한에 약 7억9000만 원을 송금했지만,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의 여파로 저작권료 송금이 금지되면서 지난해까지 약 16억5000만 원의 저작권료를 북한에 보내지 못하고 법원에 공탁하고 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