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지역 자사고 혼돈속으로

“부자학교 인양 부정적으로 봐
학생·부모 협의 없는 추진에
폐지 위한 일률적 잣대 난감”

전국 단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10곳 중에서도 ‘명문’으로 손꼽히는 전주 상산고가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하면서 학교 측은 재지정 취소의 부당성을 알리겠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또 잇따라 자사고 재지정 탈락이 발표되자 내달 초부터 줄줄이 결과 발표를 앞둔 서울 지역 자사고 학생과 학부모들도 혼란스러운 기색이다.

강계숙 상산고 학부모회 대표는 21일 “도교육청이 평가 기준 점수를 제멋대로 상향한 데 반발하는 1인·다인·대규모 시위를 117일간 이어왔는데 (도교육청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며 “학부모총회에서 벽에 대고 이야기할지언정 도교육청과는 얘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그는 “올해에야 새로운 평가 기준을 마련해놓고 그 기준을 지난 5년간 소급 적용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상산고 측도 “학교에 대한 평가가 사실상 끝난 지난 5월이 돼서야 도교육청이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비율을 공문으로 통지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 지역 고교 학부모와 학생들도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받고 있는 서울 A 고교에서 이날 오전 만난 학생 임모(17) 군은 “자사고가 마치 ‘부자학교’인 것처럼 부정적으로만 비친다”며 “우리가 교육받을 권리를 정부가 빼앗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모(17) 군도 “일반고로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아무래도 수업 질이 떨어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학부모들의 반발은 심지어는 ‘멀쩡한 학교(자사고)를 없애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거셌다. A고교 학부모 홍모(여·51) 씨는 “정부가 자사고 폐지 관련 정책에 대해 정작 학부모들과는 아무런 협의도 없이 추진하고 있다”며 “아이들한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까 봐 학부모들 사이에서 반발이 심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역시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받고 있는 서울 B 고교로 자녀를 등교시키던 학부모 이모(여·46) 씨는 “자사고로 입학시켰는데 하루아침에 일반고로 전환하면 어느 학부모가 정부를 믿을 수 있겠느냐”며 “학부모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을 다독이고 결과를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A 고교 관계자는 “사립학교가 존재하는 이유는 건학 이념에 맞춰 다양한 교육을 실현하는 데에 있는 것인데 자사고를 폐지하겠다는 의도 하나만으로 천편일률적인 평가 잣대를 들이대니까 우리로선 난감하다”며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반발이 심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최지영·조재연 기자 goodyoung17@, 전주 =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