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서울시교육감의 취소
재량권 남용해 위법” 판결

진보 성향 교육감들과 문재인 정부가 자율형사립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법 당국은 번번이 제동을 걸었다. 지난 20일 자사고 지정이 취소된 전주 상산고도 행정소송 및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한 만큼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은 또다시 사법부의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주심 조희대 대법관)은 지난해 7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14년 ‘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교육부가 직권으로 다시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며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3년 8개월 만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4년 11월에도 서울 시내 자사고 평가를 실시해 경희고·배재고 등 자사고 6곳의 지정을 취소했다.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의 재평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위반한 재량권 남용이라며 지정 취소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했고, 교육청은 교육부의 직권 취소가 위법하다며 소송으로 맞섰다.

재판부는 “개정 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3의5항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는 경우에는 미리 교육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협의는 ‘사전 동의’를 의미하므로 교육감이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 조 교육감의 지정취소처분이 재량권 남용이라고도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지난해 12월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자사고·외국어고의 지정 취소 권한을 교육감에게 이양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자사고 지원자의 일반고 이중지원을 금지한 현재 신입생 선발제도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놓기도 했다. 고교 입학전형은 통상 8∼11월에 학생을 뽑는 전기고와 12월에 선발하는 후기고로 나뉜다.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등은 전기, 일반고는 후기에 입시를 치러왔다. 그러나 교육부는 자사고 등이 우수 학생을 선점해 고교서열화를 심화시킨다고 보고 2017년 12월 일반고와 동시에 학생을 선발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