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장賞 이유정

안녕! 우리가 만난 지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 처음 입어보는 교복만큼 설레고 긴장하며 만났었던 우리는 어느새 여러 추억으로 인해 해진 교복처럼 서로에게 너무 익숙해지고 많은 추억을 만들었네. 내 학창 시절을 모조리 너로 채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항상 함께했던 지난 시간이 떠오른다. 나에게 5년은 금세 지나가 버린 아쉬운 시간이지만 인생에서 다신 없을 시절로 정말 행복하고도 슬픈, 다채로운 여정으로 남은 것 같아. 너와 함께했던 5년은 나에게 그토록 찬란했는데 네게도 그런 기억으로 남았을까?

중학교 1학년 때였지. 학교 폭력으로 인해 친구를 하나하나 잃어가다 결국 혼자가 돼 버리는 어느 학교폭력 피해자와 같이 나도 그렇게 점점 혼자가 돼 가던 때였어. 언제나 많은 친구에게 둘러싸여 행복한 추억만으로 학창 시절을 채워가고 있던 나였기에, 말로만 듣던 학교폭력이 나에게로 다가올 때 더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아. 잘못한 일이 없는데도 내가 따돌림을 당하는 상황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아내야만 하고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 너무 속상하고 억울했었어.

끝도 없는 암담한 어둠 속에서 웅크려 울고 있을 때, 너무 지쳐 더 이상 발을 디딜 생각도 못 하고 그대로 멈춰있었던 나에게, 네가 다가왔었어. 볼품없고 작던 나를 받쳐주던 따스한 손이 없었더라면, 내 5년 아니 50년이 넘는 시간을 불행으로 물들였을 거야. 5년이 지난 지금도, 내 옆에서 나를 지켜주고 있는 게 너라서 너무 고마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노력하겠다고 말할 때, 네 굳센 믿음 덕분에 천천히라도 나아가고 있을 수 있는 것 같아.

원래 겨울이 깊을수록 봄빛은 찬란하다고 하잖아. 나는 항상 지금처럼 네게 편지를 보낼 거야. 이 편지만으로는 전해지지 않는 내 진심이기에 죽을 때까지, 아니 어쩌면 죽어서도 편지를 보낼 거야. 바람이 부는 날이면 편지에 시원한 바람을 담고, 햇볕이 강한 날에는 따스한 햇살을 담으며 꽃내음이 물씬 풍기는 날이면 꽃향기를 담아 모든 자연물을, 모든 형용사를 편지에 담을 때까지 늘 편지할게.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