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82년생 김지영’을 출간하는 ‘닐’ 출판사의 클레르 도 세호 편집장이 19일 서울 삼성동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센터에서 출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 불어판 발간 클레르 도 세호 ‘닐’ 출판사 편집장

“여성인권 세계 보편적 문제
한국과 같은 제목으로 출간”

“인권 문제에 민감한 프랑스에서도 여성 차별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은 프랑스에서도 확실히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 논의를 촉발한 ‘82년생 김지영’이 오는 2020년 1월 프랑스에서 불어로 번역돼 출간된다. 프랑스 ‘닐’ 출판사의 클레르 도 세호 편집장은 ‘82년생 김지영’의 프랑스 출간을 이끈 주역이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센터에서 만난 그는 “‘82년생 김지영’에 담긴 문제의식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 보편적인 문제”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18세기 혁명 당시 세계 최초로 인권선언을 채택했다. 프랑스의 페미니즘은 이 인권선언에 기초를 두고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그런 역사가 있음에도 여성이란 이유로 가해지는 불합리한 일이 적지 않다는 게 세호 편집장의 말이다. 그는 “프랑스에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적고 육아에 관한 책임도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등 불합리한 일이 적지 않다”며 “‘82년생 김지영’은 여성이 일상에서 겪는 불합리한 일들을 조명함으로써 여성의 역할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소설”이라고 출간 결정 배경을 전했다.

‘82년생 김지영’은 프랑스에서도 같은 제목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이 해외에 번역 출간될 때 현지 사정에 맞게 제목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선택으로 보인다. 세호 편집장은 “‘82년’이란 연도는 그 시대 한국 사회를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이고, ‘김지영’이란 이름은 이 소설이 한국 문학이란 점을 잘 드러내는 요소”라며 “한국 제목을 그대로 살리는 게 이 소설의 취지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은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으로 오는 22일까지 삼성동 코엑스와 최인아책방에서 해외 출판인을 초청해 한국 문학을 소개하는 ‘2019 한국문학 쇼케이스’를 연다. 세호 편집장은 20일 워크숍의 ‘여성 작가의 약진’ 세션에 참여했다. 그는 이번 행사와 같은 해외 출판인 한국 초청뿐만 아니라 번역 지원도 늘어나야 한국 문학의 해외 진출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호 편집장은 “한국 문학을 향한 해외 출판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긴 했지만, 한국 문학의 존재감은 여전히 낮은 게 현실”이라며 “가능한 한 많은 현지 번역자를 확보해 지원해야 하고, 이들을 자주 한국으로 불러들여 작품을 소개하는 행사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내년에도 한국에 와서 다른 작가의 작품을 프랑스에 소개하고 싶다”며 “‘82년생 김지영’이 프랑스 시장에서도 성공해 더 많은 한국 문학을 소개하는 마중물이 돼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