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관련 의견 제시, “민간위탁 운용사에 의결권 위임 필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관치(官治)발 기업 경영·소유 관여 논란을 증폭하고 있는 가운데 본래 취지인 국민 노후소득보장에 맞춰 주식 의결권 행사를 기금의 안정성·수익성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독립성 확보를 위한 의결권 위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제계는 지난해 국민연금 국내 주식비중이 시가총액의 7% 수준에서 2020년에는 10.6%, 2030년에는 11.8%까지 지속해서 올라 대기업의 주요 주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과도한 간섭·지배 우려를 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곽관훈 선문대 법 경찰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국민연금기금의 현황과 스튜어드십(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 코드’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한 이 같은 의견을 13일 밝혔다. 김윤경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지난해 8월 도입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는 의결권 행사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의결권 행사 관련 지배구조도 공익성, 중립성 중심으로 돼 있어 정부의 영향력 및 정치적 이용 가능성을 증가시킬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연은 이에 따라 의결권 행사의 기본 원칙과 방향이 안정성 및 수익성 확보 쪽에 맞춰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에서 ‘사회책임투자’ 등 공공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국민연금법 제102조 제1항(‘국민연금 재정의 장기적인 안정을 유지하기 위하여 그 수익을 최대로 증대시킬 수 있도록 운용되어야 한다’)과 헌법재판소(1996년, ‘연금기금의 운용 시 안정성, 수익성, 공공성을 종합 고려해야 하며 장기적인 안정성이 최우선’) 판례를 보면 안정성과 수익성을 먼저 살펴야 하는 게 명확하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진정한 의미를 살리고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의결권 행사를 포함한 기금운용을 민간 위탁운용사에게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세계 3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펀드(GPID) 기금운용위는 의결권 행사 지침만 위탁기관에 제시하지,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자산운용을 위탁하면 수탁자 책임 준수를 위해 전문성과 수익극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유인책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김연제 한경연 책임연구원은 “의결권 행사 자문회사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아 주주 피해를 키울 수 있는 만큼 의결권 자문 내용의 정확성, 투명성을 확보할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종·이해완 기자 horiz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