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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연금재정에 불안 요소
연금 사각지대 아직 50%이상
“국민연금 꼭 필요” 70% 그쳐

한국의 연금은 지속가능성·보장성·신뢰 위기 등 3중고(Trilemma)에 갇혀있다.

13일 ‘저출산·고령화와 지속가능한 세대공생 연금해법의 모색’ 연구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가 한국 연금의 트릴레마의 핵심 요인이다. 우선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는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가 꼽힌다. 이들 세대가 고령화로 초고령사회에 급속히 진입하게 됨으로써 연금기금이 급격하게 줄어들게 되며, 자연스럽게 노령 부양 부담도 급증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가 노동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재 일자리 상황도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낮게 하는 이유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 등 고용 없는 성장과 고용관계 다변화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자녀 세대의 불안정 노동은 연금보험료 납부 역량의 취약성으로 이어지고, 세대 간 부양을 지탱할 수 없게 한다. 이러한 불안정 노동은 악순환으로 이어져 베이비붐 자녀 세대들을 결혼 포기와 저출산이라는 선택지로 내몰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소 2세대에 걸쳐 연금재정 불안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릴레마의 둘째 요인인 보장성 위기는 연금수급에서 배제되는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고, 연금급여 수준이 낮은 저연금 문제에서 기인한다.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지 32년이 지났지만, 연금가입 인구 대비 연금 사각지대는 50%를 넘으며, 경제활동인구 대비 연금납부자 비율은 64.8% 수준에 그친다. 저연금은 연금 가입 기간이 짧은 한국 노동시장의 특성(노동시장의 늦은 진입연령, 불안정노동, 높은 자영업자 비율 등)으로 인해 급여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데이터베이스에 따라 가입기간을 추정한 연구를 보면 1952년생이 15.5년, 1984년생은 25.7년으로 예측된다. 특히 저소득층 및 여성의 경우, 낮은 소득과 짧은 가입 기간으로 연금 수준이 낮아 노후 빈곤뿐만 아니라 고소득층에 비해 세대 간 이전 부분의 규모가 제한되는 계층 및 젠더 간 불공평 문제도 발생한다.

마지막 신뢰 위기는 한국에서 유독 연금이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면서 정치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현상을 꼽을 수 있다. 한림대 세대공생연구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건강보험이 꼭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94.3%인 데 비해, 국민연금제도가 꼭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70.0%에 그쳤다. 이조차도 연금수급에 가깝게 연령이 높아질수록 국민연금에 대한 지지가 높았지만, 주력 근로연령층인 30∼40대는 연금에 대한 불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실제로 연금기금 고갈 및 연금개혁 논의가 나오면 항상 연금폐지론이 나온다. 노후가 됐을 때 연금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불신감 때문이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