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실업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현 정부의 일자리 참사가 심화하자 금융 당국도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민간 금융회사가 일자리를 얼마나 창출했는지 평가하는 ‘금융권 일자리 창출 효과 기여도’를 측정해 오는 8월 공개하겠다고 6일 발표했다. 올해는 14개 은행을 대상으로 하고, 내년에는 다른 금융권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금융위는 “개별 은행이 아닌 은행권 전반의 일자리 창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은행들은 점수 매기기로 억지 채용을 압박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대표적인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은행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보겠다는 금융 당국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정보기술(IT) 혁명과 맞물려 대대적인 구조개혁 중인 은행들에 일자리를 윽박지르는 건 혁신(革新)을 저해하고 중·장기적으로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게 된다. 모바일 업무가 확산되면서 일선 영업점포 통폐합 등 구조개혁 작업이 한창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비대면 금융 거래가 50% 늘면 2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추정했듯이 혁신 과정에서 단기적인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혁신 이후엔 더 많은 새 일자리가 생기고,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도 이런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단견에 얽매여 고용 압박을 하는 건 마부 일자리 감소를 걱정해 자동차로의 교통 혁신을 가로막은 1865년 영국의 ‘적기 조례’와 마찬가지다. 치열한 글로벌 핀테크 전쟁 와중에 혁신을 외면한다면 한국 금융은 아프리카국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조롱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입으로는 금융혁신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족쇄를 채우려고 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