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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몸으로 표현하는 것에는 한계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발레를 하다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내 연습이 부족한 탓이다. 한계 때문이 아니다. 발레만 그런 것도 아닐 것이다.” 국립발레단의 간판인 수석무용수 김지영(41)이 지난 2002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영입 확정 직후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안주하면 더 발전할 수 없다”며 “세계적 발레리나가 되는 꿈을 실현하면서 진심으로 ‘궁극의 춤’을 추고 싶다”고도 했다. 그가 대한민국 국립발레단에 역대 최연소 나이로 입단한 것은 러시아의 국제적 명문인 바가노바 발레학교를 졸업한 1997년이었다.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서 2009년까지 활동하며 유럽 무대에서 명성을 떨친 그는 2009년 국립발레단에 복귀한 뒤로 이원국·김용걸·김주원 등과 함께 발레의 대중적 인기를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타고난 신체 조건, 힘이 넘치는 동작, 섬세한 감정 표현 등으로 ‘대체 불가능한 발레리나’로 불려온 그는 끝없는 연습으로 인한 통증과 부상으로 1년 중에 아프지 않은 날이 30일도 채 안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발레를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고 한다. 모든 것을 의지하며 인생의 전부로 알다가 사춘기엔 반항도 하지만, 나이 들수록 더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점이 닮았다는 것이다. 처연한 작품보다 밝게 튀는 작품이 더 어울린다는 평가도 따랐던 그에게 로맨틱 발레인 ‘지젤’은 “숙제 같았다”고 한다. 시골 처녀 지젤이 귀족 청년과 사랑에 빠졌다가 배신당하고 죽어서도 그 남자를 지켜주는 내용인 ‘지젤’ 공연에 1999년 처음으로 나서서 잘해내지 못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1년에 그가 주역을 맡은 ‘지젤’은 국립발레단 50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석 매진이었고, 마침내 그는 ‘한국 최고의 지젤’로 발돋움했다.

“사랑에 이유가 있나. 진심으로 사랑하면 이유가 없다”며 춤을 사랑해온 그가 국립발레단을 떠나, 가을학기부터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로 새롭게 출발한다. 그는 발레리나 30여 년의 삶을 새 장(章)으로 옮기기 전의 마지막인 ‘지젤’ 공연을 오는 22∼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갖는다. “이제 ‘지젤’의 숙제를 푼 것 같다”며 “그리움으로 남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는 그를 많은 사람이 더 오래 기억하게 하는 자리일 것이다. “춤에도 시대가 있다. 또 새로운 춤이 나와야 한다”는 그의 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