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개인과 단체에 걸린 4개의 금메달 가운데 단 한 개도 수확하지 못했습니다. 아시안게임 노 골드는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 대부분 고교생이었다는 사실이 최근 학생 운동선수에 대한 교육부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교육부는 ‘제2의 정유라’를 막기 위해 학생 선수의 전국대회 참가 횟수를 제한하는 지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전국대회 참가 횟수를 종목별로 연간 2∼4회로 제한하고 최저학력에 도달하지 못하면 대회 출전 자체를 막았습니다. 골프의 경우는 중고대회 출전을 연간 3회 이하, 방학 기간에도 최대 4개 대회만 나가도록 합니다.

이렇다 보니 학생 골프선수에게 요즘 최고의 골프 명문은 ‘방통고’라고 합니다. 한국중고골프연맹에 따르면 올해 여고생 등록 선수 가운데 20%가 방통고 재학생이며 현재 골프 여자 국가대표 6명 가운데 2명, 국가대표 상비군 9명 가운데는 절반도 넘는 5명이 방통고 재학생이라고 합니다. 등교해 직접 수업받는 일반고보다 운동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방통고 출신이 그만큼 골프 기량도 우수하다는 얘기죠. 인터넷 등을 통해 학습하기에 방통고는 월 2회씩 연간 24번 등교해야 하는데 이 중 17번만 참석해도 수업일수를 채울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 교육부의 규제가 싫어 고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를 치르거나, 해외 유학을 떠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나 성공했던 박지은이나 박인비를 꿈꾸면서요. 미국여자골프(LPGA)투어 정상급 선수인 리디아 고나 이민지도 한국을 떠났던 조기 골프 유학생이었습니다. 실제 최근 3년간 국내 중고골프대회 출전 선수가 해마다 격감하고 있고, 연간 대회 출전 선수가 2015년 2993명에서 지난해 2109명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최근 5년간 골프 등록 선수 역시 줄어들어 이 같은 현실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정부 산하 스포츠 혁신위원회가 지난 4일 ‘학교 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2차 권고안을 내놨습니다. 당사자인 학생 선수와 학부모들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공부로 성공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운동하는 선수들에겐 나름 합당한 목표가 있을 텐데 이를 무시하고 획일적인 틀에만 가둬두려는 발상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골프처럼 개인 종목에서는 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진 ‘책상머리 정책’이라며 비웃기까지 합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도 공부와 병행하기 어려워 스탠퍼드대 졸업을 포기했습니다. 운동을 하든, 공부를 하든 선택은 선수 자신이 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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