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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의적 체납자에 불관용’… 범정부 대응책 발표

인척은 4촌… 금융조회 확대
출국금지·복지급여 환수도

작년 체납액만 1조8805억원
양극화속 도덕적해이 위험수위

수억 원의 양도소득세를 체납한 대구에 사는 김모(75) 씨는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양도대금 12억 원을 현금으로 찾아 감추는 등 재산 은닉에 들어갔다. 부동산 양도 시점에 10여 건의 보험도 해약해 보험금 2억4000만 원을 감췄다. 자신의 외제 차는 며느리 명의로 돌려놓고, 자신은 자녀 명의로 돼 있는 54평짜리 고급 아파트에서 ‘떵떵’거리며 살았다. 가족들 명의로 고급 외제 차 3대를 사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하던 김 씨는 국세청 은닉재산추적팀이 들이닥치자 허겁지겁 주방 싱크대 수납함에 5만 원권 현금으로 5억 원을 숨겼다가 적발돼 압류당했다.

정부가 5일 ‘호화생활 악의적 체납자에 대한 범정부적 대응강화 방안’을 내놓는 등 최근 고액 상습 체납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이들이 사회 양극화 도덕적 해이의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 계층 간 소득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고액·상습 체납자의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에는 절대 관용을 베풀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인 것이다. 실제, 국세청이 올해 상반기 고액 체납자 325명으로부터 거둬들인 체납액은 무려 1535억 원에 달한다. 대략 1인당 4억7000만 원이 넘는 돈으로, 체납액이 이 정도 된다는 것은 일반 서민들 입장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정부의 단속 의지에도 불구하고 체납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2014년 1조4028억 원이던 체납 징수액은 지난해 1조8805억 원까지 늘었다. 정부가 고심 끝에 체납자에 대한 ‘인신 구속’ 방안까지 내놓은 이유다. 친·인척 등 주변에 은닉해 둔 재산을 찾기 위한 제도 개선에도 착수했다. 금융정보 조회 범위를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와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까지 확대함으로써 친·인척 계좌를 이용한 재산 은닉 시도를 근원적으로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체납자가 친·인척 계좌를 이용해 재산을 은닉하더라도 추적조사를 통한 은닉재산 환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호화·사치 생활을 하는 체납자에 대한 수색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위장전입 체납자 가택 수색에 ‘실거주지 분석 모형’을 활용, 추적조사의 효율성도 대폭 끌어올릴 방침이다. 고가주택 거주자와 고급 자동차 보유자를 중점 관리 대상자로 선정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고의 체납자에 대해서는 본인뿐 아니라 조력자까지 형사 고발 조치하기로 했다.

복지급여도 부정 수급이 확인될 경우 환수와 함께 벌칙을 적용하고, 정부 포상에서도 체납자는 제외할 계획이다. 또 자동차세를 10회 이상 체납할 경우 운전면허를 정지할 수 있도록 지방세법을 개정해 내년 체납자부터 적용키로 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