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국정현안 ‘경청’ 홍남기(앞줄 오른쪽 세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세종청사와 영상으로 연결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선진국 경기흐름 좋은편
유럽 재정위기 7년전과 달라
환율·실물경제 악영향 우려

정부 “배당따른 적자” 주장했지만
배당적자폭은 감소 설득력 잃어

전문가 “경상수지 부진 계속땐
자본유출 현실화도 배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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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수출 강국인 우리나라가 수출 감소에 따라 상품수지가 급감하고 결과적으로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것은 한국 무역에서 ‘흑역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7년 전엔 유럽 재정위기에 따라 유럽연합(EU)으로의 직접 수출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었으나, 올 4월은 미·중 무역전쟁 여파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비교적 좋은 경기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이례적인 수출 악화에 따른 적자여서 의미가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주고 환율과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주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5일 전화통화에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가운데 경상수지 적자까지 겹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경상수지가 부진한 국면이 이어진다면 환율 급등과 이로 인해 대규모 자본유출이 현실화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이번 경상수지 적자는 우리 실물경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할 시 한국 경제가 더욱 위축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경상수지 적자의 주요 배경으로 “계절적 배당지급 요인에 따라 적자 규모가 상품수지 흑자규모를 상회한 결과”라고 꼽았다.

하지만 배당금 증가는 매해 4월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다. 배당소득수지 적자 폭 역시 2017년 4월은 물론, 2018년 4월보다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날 한은의 4월 국제수지 자료를 보면, 지난해 4월에 비해 배당소득수지 적자가 감소한 것은 물론, 서비스수지가 28개월 만에 최소 적자를 기록하는 등 상품수지를 제외한 주요 항목에서 개선 흐름을 나타냈다. 채권·대출 등 이자소득수지는 7억5000만 달러 흑자를 냈다. 이자소득수입은 17억2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결국 수출이 반도체 단가 하락 등으로 악화하고 수입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증가한 것이 4월 경상수지 적자의 가장 주된 이유로 꼽힐 수밖에 없다. 4월 수출 악화는 미·중 무역전쟁 때문이라는 설명도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미·중 무역전쟁의 당사자인 미국에 대한 수출은 3.9% 늘어났고, 중국 수출은 4.5% 줄어든 데 그쳤다. 오히려 중동(-25.1%), 동남아(-9.9%), 일본(-8.2%) 등의 수출이 더 부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4월 경상수지 적자가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하면서도 5월 경상수지가 예전 수준을 회복할 가능성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날 “5월엔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소폭이나마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5월 84억 달러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한편, 금융계정에선 3억8000만 달러 순자산 증가를 기록했다. 직접투자가 35억5000만 달러, 증권투자가 33억 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 중 내국인의 해외투자는 38억4000만 달러가 증가해 국내 투자 부진 현상과 엇갈린 단면도 드러냈다.

김만용·박세영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