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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세로 리터당 830원 맞춰
한 업체가 병·캔·생맥주 생산
상쇄효과로 혼란 최소화할 듯
호가든 등 국내서 생산할수도

알코올 도수 높은 술은 제외
전문가 “불완전한 酒稅 개편”

맥주와 탁주는 종량세로 전환하고 소주는 현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조세 형평성을 맞추면서도 소비자 혼란은 최소화한다는 취지에서다. 맥주와 탁주 가격은 브랜드별로 차이가 있으나 당장 큰 폭의 가격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제맥주의 경우 큰 폭의 가격 인하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수입 맥주의 경우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가 5일 발표한 ‘주류 과세체계 개편방안’에 따르면 맥주와 탁주는 출고가에 따라 세금을 내는 종가세에서 양을 기준으로 일정 세금을 내는 종량세로 전환된다. 기존 국산맥주는 평균 ℓ당 약 856원, 수입맥주는 약 764원으로 주세 차이가 나면서 해외 생산이 유리했으나 종량세 개편으로 모두 ℓ당 830.3원으로 맞춰지면서 물류비와 여타 비용이 들지 않는 국내 생산 경쟁력이 높아졌다. 예를 들어 오비맥주가 해외에서 생산하는 버드와이저, 호가든 제품의 경우 국내 생산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소비자가격 변동 문제에 대해 업계는 신중히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출고원가에 주세와 교육세 등을 포함한 도매가격이 캔 맥주(500㎖)는 200∼300원가량 하락하고, 생맥주는 300∼400원 상승할 수 있다. A사의 경우 500㎖병 제품은 출고원가 538원에 주세 415.1원, 교육세 124.55원 등으로 공장출고가가 1185.95원으로 기존 1146.66원에서 39원가량 오른다. 캔은 223원가량 내리고, 생맥주(20ℓ기준)는 9000원가량 오른다. 다만 한 업체가 모든 형태의 제품을 생산하는 구조상 상쇄 효과로 인해 소비자가 변동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격 변화는 검토해봐야 할 사안”이라면서 “상쇄 효과를 보고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과 캔맥주 가격 경쟁력을 살리는 방안 등 다양한 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제맥주의 경우 소량 생산으로 원가가 높아 이번 개편으로 세 부담이 크게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캔 수제맥주는 500㎖ 기준 1000원가량, 생맥주는 30∼40%가량 가격이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탁주(막걸리)는 주세율 자체가 맥주(72%), 청주(30%)에 비해 현저히 낮은 5%로 세 부담이 적었고, 이번 종량세 개편 기준이 지난 2년간의 세수를 중립적으로 설정한 것이어서 소비자가격 인상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가에 따른 세금 인상 요인이 없어져 고품질 주류가 개발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민 건강 증진 측면에서 알코올 도수가 높은 고도주가 제외돼 불완전한 조세 개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철 서울벤처대학원대 융합산업학과 교수는 “국민 건강을 위해 고도주엔 고세율을 매기는 최종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물가연동제를 맥주 등에만 적용해 물가가 올라도 위스키 등 증류주는 세금이 그대로일 것”이라면서 “오히려 값싼 수입 맥주는 가격이 올라 저소득층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현진·송정은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