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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육군이 최근 신병교육 과목을 통폐합했는데, 총검술 훈련은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은 오래전에 해군의 특성상 총검술이 필요 없다며 신병 훈련에서 뺐으며, 공군도 총검술 과목을 없애고 기지방어 기술에 통합한 상태다. 육군 총검술 폐지론자들은 돌격소총이나 권총 같은 화기의 발전으로 현대전에서 불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육군도 2011년부터 총검술 교육을 없앴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첫째, 총검술은 제식훈련과 함께 군기(軍紀)를 잡는 기본 훈련이다. 둘째, 미군의 대부분이 권총을 소지하고 있으나, 한국군 사병은 극히 소수만 권총을 가지고 있다. 권총도 지급하지 않고 총검술 훈련을 폐지하는 것은 위험하다. 셋째, 미군은 직업군인으로서 격투술을 연마하고 있으나, 한국군은 그렇지 못하다. 이는 올림픽 출전 태권도 선수가 품새를 훈련하지 않는다며 태권도 초보자에게도 품새를 가르치지 않는 것과 같다. 넷째, 미 육군은 폐지했으나, 미 해병대는 여전히 총검술을 훈련하고 있다. 다섯째, 포클랜드전쟁과 이라크전쟁 등에서 영국군이 보여준 것처럼 최근 전쟁에서도 총검술이 유효했던 사례가 적지 않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지형상 산악 고지전에서 백병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북한군도 ‘창격술’이라 부르는 총검술을 익히고 있다.

무기체계와 전략·전술의 변화에 따라 전쟁 형태가 달라지며, 군대 훈련도 이에 조응해서 진화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총검술도 17세기 창병(槍兵)형에서 현대 각개전투형으로 발전했다. 문제는 이번 총검술 훈련 폐지가 객관적 전술 형태 변화에 따른 것이 아니라, 사실상 ‘편한 군대 만들기’ 일환이라는 점이다. 군 복무 기간이 줄면서 신병 훈련 기간이 5주에서 4주로 감축됐다. 이 과정에서 총검술이 빠지게 됐다. 심지어 ‘20㎞ 완전군장 행군’ 폐지론도 검토되고 있다. 이미 육군훈련소와 1개 보병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시험 중이다. 행군 ‘실시 집단’과 ‘미실시 집단’의 훈련 결과를 비교 분석한 뒤, 폐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보병도 차량화·기계화돼야 한다. 그러나 행군은 여전히 보병의 기본이다. 자동차가 나왔다고 자전거나 달리기의 필요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기본을 무시하면 반드시 어디엔가 구멍이 뻥 뚫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