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서
관련 굿즈 공유 놀이문화로 정착
언박싱 동영상 조회 12만건 달해

이베이 코리아, BTS 관련 상품
총 3만8000여건… 역직구 성장
국내 공연 · 팬미팅 호텔업 성황

관련업계 “일회적인 마케팅보다
유통산업을 고도화해야 할 시점”

지난 4월 미국 유튜버인 ‘Bluemoon V’가 역직구로 구매한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사진)의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와 BTS 캐릭터인 ‘BT21’ 관련 제품을 공개하는 ‘언박싱’(unboxing·제품 개봉기) 영상은 업로드 한 달여 만에 조회 수 12만 건을 기록했다. 이 유튜버는 해외 배송으로 온 상자를 뜯는 모습부터 스티커 등 상품 하나하나 포장을 뜯는 상황을 자세히 보여줬다. “나는 포스터밖에 없는데 너무 부럽다” “영상에서 ‘어머나(oh my gosh)’가 83번 등장한다”는 등의 댓글이 수두룩하게 달렸다.

지난 1일 한 인도 유튜버가 국내 화장품 브랜드 ‘VT코스메틱’ 글로벌 몰에서 구매한 일명 ‘지민 향수’를 언박싱하는 영상도 이틀 만에 조회 수 2만 건을 돌파했다. 그는 박스를 열자마자 BTS 사진 사은품을 보고 환호성을 지르고, 향수 향을 맡아보며 “지민 당신인가요?(Is that you?)”라고 말하는 등 같은 향을 공유해 감동적이라는 표현을 연발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4일 아마존에서 배송지를 영국으로 설정한 후 BTS를 검색하자 BTS 로고가 들어간 티셔츠, 스포츠용품 등 다양한 관련 상품이 1만 건 이상 쏟아졌다. 아마존 캡처사진

BTS가 한국 가수 최초로 지난 3일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역사적인 공연을 펼치면서 전 세계적 화제를 불러일으킨 가운데, BTS가 올해 유발한 소비재 수출액이 1조 원을 넘기는 등 상당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해외 팬 대상의 온라인몰 역직구 시장이 성장하면서 주요 유통업계뿐 아니라 개인 간 거래 등 다양한 파생 수출 시장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위 사례와 같이 해외 팬들에게는 국내에서 BTS 관련 제품(굿즈)을 구매해서 이를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공유하는 게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트위터에도 팬들이 BTS의 공식 응원 봉인 ‘아미밤’을 인증하는 글들이 #ArmyBomb, #BtsLightStick 등 해시태그와 함께 쏟아진다.

5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BTS로 인한 소비재 수출 유발액은 1조3000억 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구글트렌드에서 인지도가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국내 관련 소비재가 분야별로 0.18~0.45%포인트 증가한다는 추정에 의한 산출이다. 전 세계 온라인 검색 빈도를 기준으로 BTS 인지도를 알 수 있는 구글트렌드 지수의 경우 지난 2017년 6월 45에서 지난해 6월에는 72, 올해 6월은 91로 껑충 뛰었다.

실제, G마켓·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 역직구 몰인 ‘G마켓 글로벌샵’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5월 20일부터 5월 26일까지 거래액은 해외배송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40% 증가했다. 이 중 화장품의 경우 220%나 성장했다. BTS 관련 상품 숫자도 총 3만8000여 점에 달한다. 11번가는 영·중문 사이트인 ‘글로벌 11번가’의 올해 1~5월 회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11번가 관계자는 “한류 인기를 바탕으로 아이돌 굿즈 등 중심으로 판매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인 마켓’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이날 아마존과 이베이 등에는 개인이 판매하는 BTS 상품이 수만 건 검색됐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유모(31) 씨는 BTS 등 한류 아이돌 관련 제품 구매 후 아마존에서 해외 팬들에게 되파는 일을 ‘투잡’으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구매 가능한 한정판 구매를 위해 가끔 밤을 새워 기다리는 때도 있다. 유 씨는 “처음에 취미처럼 하다가 수익률이 좋고, 한정판 확보 경쟁도 치열해 회사를 아예 그만두고 할까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공연, 팬 미팅을 할 때마다 호텔업도 호황이다. 오는 15일과 16일 부산, 22일과 23일 서울에서 글로벌 팬 미팅이 예정돼 있는데 인근 호텔은 이미 매진됐다. 팬 미팅 장소인 부산 아시아드 보조경기장에서 가장 가까운 연산역 일대의 14개 호텔 중 이미 13개가 매진됐다.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의 경우 아직 시일이 꽤 남았음에도 올림픽파크텔을 비롯해 잠실역과 몽촌토성역 사이 13개 호텔 중 11개가 매진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콘텐츠나 제품의 세계화를 꾀할 절호의 기회가 단순히 ‘일회성’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류 콘텐츠 관련 유통 산업을 보다 고도화해야 할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할리우드의 경우 영화 콘텐츠 및 캐릭터 판권을 종합 관리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새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BTS 관련 제품이 시장에서 많이 유통되지만, 팬덤을 중심으로 제품이 소비되는 데 그치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한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팬덤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장기적인 콘텐츠 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수영 한국콘텐츠진흥원 미래정책팀 연구원은 “한류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수출하고, 상업적으로만 접근하면 현지에서 반감을 가질 수 있다”며 “현지와의 협업, 쌍방향 문화 교류, 사회공헌 등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신(新)한류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정은·유현진 기자 eun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