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홍콩 하버시티의 전망대 오션터미널 덱에 설치된 베어브릭. 감각적이고 매력적인 여행어트랙션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홍콩 하버시티의 화장품 매장. 하버시티에는 700개에 달하는 다양한 숍이 있다.

② 스마트한 여행…몰링

‘몰링(Malling)’이란 복합 쇼핑몰에서 쇼핑뿐만 아니라 다양한 여가까지 즐기는 소비 행태를 뜻하는 말이다. 상점가의 보행로를 뜻하는 ‘몰(Mall)’에 현재 진행형 접미사 ing를 붙여 만든 신조어다. 몰링을 즐기는 소비자는 몰고어(mall-goer)라고 부른다. 국경을 넘는 인터넷 상거래가 보편화한 시대에 쇼핑몰은 단순한 쇼핑공간을 넘어 다양한 욕망을 실현해주는 공간으로 진화해가고 있다. 그 변화의 전위에 홍콩의 쇼핑몰이 있다. 홍콩의 쇼핑몰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다. 도시에서 가장 감각적인 레스토랑의 집합지이자 로컬 아티스트들이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장이기도 하다. 몰에서 맛있는 딤섬을 먹고, 세계적 예술가의 작품 앞에서 셀카를 찍고, 국내에서는 생소한 디자이너의 제품을 직접 입어본다. 이제 몰링은 여행의 일부가 아니라, 여행 그 자체를 대체하는 경험이 됐다. 몰링의 가장 큰 강점은 날씨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강력한 에어컨 바람으로 쇼핑몰에서는 추위마저 느낄 정도니, 몰 고어에게는 홍콩의 습한 더위쯤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 눈과 입이 호사하다…하버시티

쇼핑몰 하버시티의 총면적은 자그마치 18만5000㎡에 달한다. 오션터미널, 오션센터, 마르코폴로 호텔 아케이드, 게이트웨이 아케이드까지 총 4개의 빌딩에 빼곡하게 들어선 숍의 숫자만 700여 개다. 레스토랑과 카페도 100곳이 넘는다. 하버시티에는 패션 명품 매장부터 라이프 스타일 소품 매장까지 다양한 브랜드의 매장이 망라돼 있다. 멋쟁이들이 아지트로 꼽히는 레인 크로포드 백화점이 있는가 하면 저렴한 가격의 중저가 브랜드 매장도 다양하게 들어서 있다.

요즘 하버시티에서 가장 ‘핫’한 곳은 아이언맨을 비롯한 마블 캐릭터 피규어로 가득한 매장 ‘핫토이’다. 매장에는 실물 크기의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피규어가 서 있고, 진열장에는 실물처럼 정교한 마블 캐릭터 피규어가 빼곡하다.

100곳이 넘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입점한 하버시티에는 랄프로렌에서 운영하는 커피숍이 있고, 일본 라이프 스타일숍 무지의 카페도 있다. 정통 상하이 요리를 내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인 ‘예상하이’의 지점도 인기 있다. 하버시티의 가장 트렌디한 레스토랑은 지난해 완공된 오션 터미널 덱에 모여 있다. 오션터미널 덱의 레스토랑 11곳 중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컨템퍼러리 광둥 요리를 선보이는 ‘헥사’다. 파스타로 만든 중국식 볶음밥, 반죽에 숯을 넣은 딤섬 등 기발하고 모던한 요리를 내놓는다.

오션 터미널 덱에서는 빅토리아 하버의 바다와 그 너머 센트럴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홍콩 최고의 전망 포인트 중 하나라 단언할 수 있는 자리다. 이곳의 경관이 가장 멋진 시간대는 해 질 무렵이다. 바다를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석양 아래에서 덱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맛이라니…. 주소 3-27 Canton Rd, Tsim Sha Tsui / 전화번호 +852-2118-8666 / 웹사이트 www.harbourcity.com.hk / 영업 시간 10:00∼22:00

이미지 크게보기 쇼핑몰 하버시티에는 다양한 음식을 내는 100개가 넘는 레스토랑이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홍콩 애드미럴티 지역의 주상복합빌딩 퍼시픽 플레이스와 연결되는 스타스트리트 매장의 모습.

# 라이프 스타일과 예술이 만난다… K11

홍콩 예술계의 셀러브리티 에이드리언 챙이 설립한 쇼핑몰 K11은 ‘아트 콘셉트 몰’을 표방한다. K11은 사들인 예술 작품을 쇼핑몰에 전시하는 것을 뛰어넘어 보다 깊이 있게 본격적으로 예술에 접근한다. 이를테면 젊고 촉망받는 홍콩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쇼핑몰 곳곳에 일관된 주제의 작품을 설치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의 꾸준한 기획 전시를 통해, K11은 뻔한 문화 마케팅이 아닌 갤러리에 필적하는 예술 공간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몰에서 진행하는 문화 행사의 스타일도 남다르다. 공원처럼 꾸며놓은 몰 입구의 야외공간에서는 한 달에 6∼7회 정도 재즈 및 인디 록 공연과 예술 영화 상영회가 열린다. 웹사이트를 통해 미리 좌석을 신청하면, 쇼핑뿐 아니라 국내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음악과 영상도 즐길 수 있다.

K11은 ‘쇼핑’에도 예술적 감흥을 불어넣는다. 쇼핑몰에는 다양한 국제적 브랜드의 매장이 입점해 있는데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은 K11의 큐레이션을 거친 자체 편집숍들이다. K11 디자인 스토어의 상품 셀렉션은 웬만한 디자인 뮤지엄을 능가하는 안목을 뽐낸다. 지구본부터 조명, 문구,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디자인 대회에서 막 수상했거나, 지금 떠오르고 있는 동시대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솜씨 좋게 큐레이팅하고,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디자인한 제품까지 골고루 갖췄다. 독특하고 감각적인 기념품을 구입하고 싶어 하는 여행자들에게 최적의 공간이다. ‘내추럴’을 키워드로 내세운 슈퍼마켓 ‘넥스트 도어’도 범상치 않다. 홍콩 셰프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현지에서 재배된 유기농 식재료들을 큐레이팅해 소개한다. 예술과 장인정신, 자연주의를 멋진 감각으로 선보이는 K11은 홍콩이 지금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주소 18 Hanoi Rd, Tsim Sha Tsui / 전화번호 +852-3118-8070 / 웹사이트 http://hk.k11.com

이미지 크게보기 홍콩 애드미럴티의 주상복합빌딩 퍼시픽 플레이스의 거대한 쇼핑몰.

이미지 크게보기 퍼시픽 플레이스와 연결된 스타스트리트의 레스토랑 ‘아르테미스 & 아폴로’의 요리.

# 호텔, 공원, 쇼핑몰… 퍼시픽 플레이스

애드미럴티가 홍콩에서 가장 여유롭고 호사로운 시간을 만끽할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히는 것은 순전히 최고급 주상복합빌딩 퍼시픽 플레이스의 존재감 덕분이다. 럭셔리 쇼핑몰이 입주한 퍼시픽 플레이스는 아일랜드 상그릴라, JW 매리어트, 콘래드 등 세 곳의 특급 호텔이 연결된다. 홍콩 섬은 어느 거리에서나 명품 매장 하나쯤은 마주칠 수 있지만, 퍼시픽 플레이스 몰만큼 한가롭고 쾌적하게 명품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은 드물다. 넓은 매장에 단체 관광객이 적어 몰 곳곳의 음식점에서도 한가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퍼시픽 플레이스의 매력들 가운데 하나는 홍콩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공원과 바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다. 열대우림의 이국적 매력과 청량한 공기로 이름난 홍콩공원은 중국은행과 리포 센터 등 센트럴의 마천루들에 둘러싸인 덕분에 도시에서 가장 훌륭한 전망대 중 하나로 꼽힌다. 퍼시픽 플레이스에서 느긋하게 쇼핑을 마친 뒤 해 질 무렵에 공원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딛고 서면 마천루의 화려한 야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주소 88 Queensway, Admiralty / 전화번호 +852-2844-8988 / 웹사이트 : www.pacificplace.com.hk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