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공유· 지분교환 등 포함
‘세계 최대 車연합 탄생’ 주목

프랑스와 이탈리아·미국을 대표하는 르노와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기술·생산시설 공유는 물론 상호 지분교환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제휴 방안을 이르면 27일 내놓는다. 미래차 기술개발과 글로벌 판매 감소 등에 대비한 양사 간 제휴가 유럽·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산업 전반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CNBC 등에 따르면 르노와 FCA는 최근 양사 간 폭넓은 제휴를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으며 이르면 27일 구체적 제휴 방안을 내놓는다. 양사가 논의 중인 방안에는 기술·지식재산권을 비롯해 부품공급망, 생산시설 공유 등이 포함됐다. 합병 가능성을 열어주는 초기 조치의 일환으로 주식을 맞교환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양사는 각각 10∼25%의 상대 지분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가 장기적으로 합병에 이를 경우 연간 생산량이 900만 대에 달해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폭스바겐, 토요타에 이어 세계 3위 완성차업체로 발돋움하게 된다.

장 도미니크 세나르 르노 회장은 지난 24일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을 만나 제휴 방안을 설명했으며 르노 지분 15%를 보유한 대주주인 프랑스 정부는 제휴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르노와 FCA가 광범위한 제휴 논의에 나선 것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유럽 등 주요 시장의 신차 수요 감소,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기술개발에 따른 막대한 투자 필요에 맞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FCA의 경우 전기차 등 친환경차 기술이 경쟁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아온 만큼 전기차 등에 강점이 있는 르노와의 제휴가 시급한 상황이다. 르노는 닛산·미쓰비시와 연합 관계를 맺고 있으나 경영통합을 추진했던 카를로스 곤 회장의 체포 이후 닛산 등과 갈등을 빚고 있는 점이 협상에 적극적인 이유로 꼽힌다.

르노와 FCA 간 제휴 협상은 닛산을 포함하지 않은 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합의에 도달할 경우 르노를 매개로 한 자동차동맹의 무게중심은 유럽 쪽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르노 측과 갈등을 빚었던 닛산의 영향력은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이번 협상이 르노와 닛산 간 제휴를 완전히 깨기 위한 것이 아닌 만큼 FCA가 르노·닛산·미쓰비시 3사 연합에 합류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에도 폭스바겐을 제치고 연간 1560만 대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