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4일 오전 국회 본관 7층 의안과 사무실 출입문이 흉물스럽게 방치된 가운데, 한 국회 직원이 그 앞을 걸어가고 있다. 이 문은 지난달 26일 선거제도 개편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여야의 물리적 충돌 과정에서 파손됐다. 김선규 기자 ufokim@

- 임기 1년 남은 20대 국회

1만9948건중 29%만 처리
상임위 저조한 성적 ‘눈살’
‘빅데이터 3법’ 제자리걸음
18대 42%·19대 32%에
한참 못미쳐 ‘최악’ 우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회동
국회 정상화 의견차 못좁혀

선거제도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정쟁으로 국회가 지난달 5일 본회의 이후 24일 현재까지 50일째 공전을 거듭하면서 20대 국회의 법안처리율이 20%대로 떨어졌다.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등을 둘러싼 잦은 몸싸움으로 ‘동물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18대 국회, 국회선진화법 체제에서 ‘식물 국회’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은 19대 국회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오는 29일로 4년 임기의 마지막 해로 접어드는 20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태업 국회’로 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개원일인 2016년 5월 30일부터 지금까지 접수된 법안은 1만9948건으로, 이 중 5978건(29.96%)만이 처리됐다. 임기 4년 차에 접어드는 시점을 기준으로 할 때 18대 국회는 42.24%(1만1236건 중 4746건 처리), 19대 국회는 32.69%(1만4519건 중 4746건)의 법안처리율을 보였다.

특히 각종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을 다루는 상임위원회의 저조한 법안 처리 성적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법안이 몰리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19.74%)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25.48%), 정무위원회(27.19%) 등의 소관 법안 본회의 처리율은 전체 평균을 밑돈다. 민생과 직결되는 행정안전위원회(15.20%)와 환경노동위원회(27.52%)도 마찬가지다.

데이터 활용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신용정보법(정무위)·개인정보보호법(행안위)·정보통신망법(과방위) 개정안 등 ‘빅데이터 3법’은 각 상임위에 발이 묶여 있다.

지난해 6월 27일 일몰된 이후 논의를 거듭하고 있는 유료합산규제(과방위) 재도입 논의도 제자리걸음이다. 환노위에선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국회는 국민의 대표라는 기본적인 사명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여당은 야당에서 요구하는 바를 통 크게 포용하는 자세가, 야당은 불만이 있더라도 국회로 돌아와 논의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교섭단체 3당은 이날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을 했지만, 국회 정상화를 위한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했다. 선거제도 개편 등과 관련된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처리에 대한 여당의 사과 여부를 두고 여전히 의견 차가 큰 상태다. 사실상 5월 중 국회 정상화가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번 주 초 어느 정도 접점을 찾았지만, 다시 멀어진 상태로 다음 주에 국회를 여는 것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