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核 전문가들 지목
“최소 6곳 존재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폐기를 요구했다고 밝힌 핵 시설 5곳에 대해 미국 핵 전문가들은 공개된 영변과 풍계리 외에 평양 근처 강선과 영변 인근 서위리 등에 있는 비밀 핵시설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0일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핵 무기 개발의 운용 도식만 적용해도 북한의 핵 개발 시설은 최소 5곳”이라며 영변 핵 시설과 풍계리 핵 실험장 외에 기술적으로 △플루토늄 금속 변환시설 △우라늄 농축시설 △육불화우라늄(우라늄 농축 원료) 금속 변환시설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우라늄을 채굴하는 평안북도 박천과 황해북도 평산의 광산을 포함하고, 원심분리기를 가동하는 비밀 시설을 고려하면 북한 핵 관련 시설은 더 많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1993년 영변에서 약 10㎞ 떨어진 곳에 또 다른 핵 시설을 파악했지만, 북한이 사찰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 국방정보국(DIA) 출신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도 “2010년 영변 핵 시설 인근 서위리에 영변보다 많은 양의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는 시설이 있었다”고 밝혔다. 핵 폐기 전문가인 셰릴 로퍼 전 로스앨러모스 연구소 연구원은 “핵 폭탄 발파를 위해서는 핵 분열 물질을 반응시킬 고성능 기폭 장치를 만드는 시설이 필요하다”면서 최소 6곳의 핵 시설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자유아시아방송 인터뷰에서 북한 핵 시설 파악의 어려움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5곳이 추정치일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북한 내 추가적인 비밀 핵시설은 강선 발전소일 가능성이 있고, 이곳에서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켈시 대븐포트 미 군축협회 비확산정책 국장 역시 강선을 북한이 보유한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 중 하나로 지목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