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인근 박물관 근처
관광객들 노린 테러 가능성

미국과 이란의 갈등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유전 시설 테러, 연합군의 반군 공습 등 중동의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인근 이집트까지 번지는 모양세다. 피라미드 인근 이집트 그랜드 박물관 근처에서 19일 관광버스를 목표로 한 폭발 사고가 발생해 최소 17명이 다쳤다.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만에 테러 추정 폭탄 폭발로 이집트 관광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집트 수도 카이로 인근 피라미드가 위치한 기자(Giza) 지역에서 이날 폭탄이 폭발해 도로를 지나던 관광버스 1대와 개인용 승용차 1대가 파손됐다. 관광버스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관광객과 이집트인 약 25명이 타고 있었고, 개인 승용차에는 이집트인 4명이 탑승 중이었다. 못과 금속 조각들이 포함된 폭탄이 원격으로 폭발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SNS 등에 올라온 현장 사진을 보면 버스 창문은 산산조각 났으며, 도로 곳곳에 폭발 흔적이 확인됐다.

이번 폭발은 현재 건설 중인 이집트 그랜드 박물관 외벽에서 50m, 건물에서 400m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내년 개장을 목표로 공사 중인 이집트 그랜드 박물관은 세계적인 관광 명소인 기자의 대(大)피라미드와 거리가 약 2㎞에 불과하다. 박물관 외벽에서 가까운 곳에 폭탄이 설치된 것으로 보여 관광객을 노린 테러 가능성이 높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아직 사건의 배후를 주장하는 단체는 나타나지 않았으나 그동안 이슬람 무장세력은 이집트에 진입해 소수 집단인 기독교인들과 관광객들을 공격해왔다. 이집트군은 지난해 시나이 반도에서 대규모 대테러 작전을 진행한 바 있다.

특히 관광객을 노린 것으로 추측되는 이번 폭탄테러는 이집트 관광산업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말에도 피라미드 인근 도로에서 폭탄 폭발로 관광버스에 타고 있던 베트남 관광객 3명과 이집트 가이드 1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집트 관광산업은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축출과 뒤따른 정치적 혼란을 틈탄 테러로 위축됐다가 2017년부터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여기에 세계적 규모의 이집트 그랜드박물관을 개장하면 관광산업이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