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2018 세계마약보고서’

전 세계 마약 생산과 유통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유엔마약범죄사무국(UNODC)이 발간한 ‘2018 세계마약보고서’에 따르면 지역권마다 다른 종류의 마약이 특화돼 매년 더 많이 생산되고 있다. 하나같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동남아시아와 중동, 중남미 국가 중에서 눈에 띄는 성공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골든 트라이앵글’은 태국·미얀마·라오스 국경이 접한 산악지대를 의미한다. 이곳은 1980년대까지 세계 최대 아편 생산지였다. 미얀마의 마약왕 ‘쿤사’ 장치푸(張奇夫)가 1960년대 초 아편 재배에 개입하면서 30년 동안 전 세계 헤로인 유통물량의 60~70%를 장악한 곳이기도 하다. 이 지역에 살던 소수민족은 살인·폭행·강간·징집 등 횡포에 시달리며 아편 재배를 강요받기도 했다. 동남아시아 각국이 1990년대부터 집중 단속을 벌이고 1996년 쿤사가 미얀마 정부에 투항하면서 아편 생산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다가 다시 증가했다. 국경지대의 고질적인 무정부 상태와 부패, 가난이 뿌리 뽑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골든 트라이앵글은 헤로인의 원료인 아편을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곳이다.

이란·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이 초승달 모양을 그리며 맞닿아 있는 ‘골든 크레센트’는 유럽과 미국의 마약 공급지다. 이 지역의 마약 거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 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특징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헤로인의 75%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생산되고 있다. 미군은 탈레반 재정의 약 60%가 마약 거래에서 발생하고 이들이 연간 200만 달러 상당의 헤로인 무역을 한다고 판단, 지난 2017년 11월 ‘아이언 템페스트’ 작전을 통해 헤로인 보관소에 미사일 공습을 감행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활동하는 마약밀매조직을 공격해 반란군의 수입과 헤로인 공급을 줄이는 것이 목표였지만 공습 후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의 마약 생산량이 계속 증가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남미 지역의 ‘코카인 트라이앵글’은 콜롬비아·페루·볼리비아의 접경 지역으로 세계 코카인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곳이다. 테러 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골든 크레센트와 다르게 남미의 마약밀매업자들은 순전히 경제적 이득을 목표로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콜롬비아에서 가장 많은 코카인이 생산·유통되고 있다. 과거 잉카 제국에서는 코카 잎이 화폐로 쓰이기도 했다. 중남미에는 강력한 마약 카르텔이 형성된 점이 특징이다. 콜롬비아의 파블로 에스코바르처럼 지역 사회에 존재감을 과시하며 권력을 행사하는 마약왕들도 있다.

미국은 중남미 마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과 인력을 투입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안데스 마약퇴치 프로그램’을 통해 원조를 하고 중남미에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을 직접 투입해 마약 조직원도 검거했지만 마약 생산과 유통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