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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인 5월 초 나온 ‘한국영유아보육학회지’는 자녀를 둔 엄마의 우울, 행복, 불안 등 각종 심리적 상태가 양육행동과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근래 엄마의 심리적 건강성이 자녀의 양육에 그만큼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세상에 엄마들은 “혹 엄마인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하고 매 순간 걱정과 자책을 하며 삽니다. 이런 노심초사는 자녀의 심리와 교육에 도움이 될 리가 없을 겁니다.

30년 경력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사이코드라마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이 이번 주 펴낸 ‘엄마 심리 수업’(심플라이프)은 엄마들에게 ‘먼저 자신의 심리를 들여다보자’고 제안합니다. 아이를 위해 너무 애쓰는 엄마가 오히려 아이를 병들게 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심리학의 관점에서, 그 밑바닥에는 엄마의 초자아와 욕망, 죄책감, 불안, 상처 등 무의식이 조화를 부리기 때문입니다. 엄마의 무의식이 아이를 키우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그렇다고 심리학을 공부해 자신의 무의식을 안다는 건 어렵고 그럴 필요까진 없답니다. 다만 엄마가 주는 사랑이 자신의 무의식이 조화를 부린 독인지 약인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엄마의 무의식 속 두 가지 비밀 코드로 저자는 ‘엄마 냄새’와 ‘엄마 색안경’을 꼽습니다. 엄마 냄새란 아이에게 체취처럼 각인되는 ‘엄마의 마음’입니다. 엄마 색안경은 ‘아이를 보는 엄마의 눈이자 심리’입니다. 이 두 가지 비밀 코드가 자녀 양육의 90%를 좌우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엄마가 아이를 대할 때 어떤 눈과 마음으로 보느냐에 따라 아이에게 입혀질 냄새와 색깔이 달라집니다.

엄마의 냄새와 색깔은 엄마의 숨겨진 욕망이나 상처, 자존감의 수준 등이 만들어 냅니다. 엄마의 콤플렉스나 이루지 못한 꿈, 경쟁심이 아이에게 던져져 아이를 ‘욕망의 아바타’로 만들고 있지 않은지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엄마 역할을 통해 자기실현을 하려는 ‘코칭 맘’ ‘매니저 맘’ ‘헬리콥터 맘’도 아이를 병들게 하고 자신 또한 불행하게 만듭니다. 저자는 아이를 놓아주는 연습을 제안합니다. 또 초자아가 강한 엄마는 “넌 왜 이 모양이니?”하며 아이를 압박합니다. 엄마의 빈틈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를 더 행복하게 할 수 있습니다.

초자아 엄마의 특징 중에 죄책감도 있습니다. 엄마가 사랑을 제대로 주지 못해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 거라는 생각입니다. 저자는 이를 과대망상이자 피해망상이라고 말합니다. 엄마 사랑이 아이에게 중요하긴 해도, 친구와 선후배, 선생님, 이웃, 자연과 세상도 아이와 사랑을 주고받으며, 그것이 건강한 것입니다. 엄마와 아이만 지지고 볶으면 그것은 병적 사랑이 됩니다. 오히려 빈틈 사랑, 허술한 사랑, 불완전한 사랑이 건강한 엄마의 사랑이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