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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 성균관대 초빙교수 前 보건복지부 장관

전국의 버스노조가 파업을 철회·유보하면서 우려했던 지난 15일의 전국적인 출근길 버스 대란(大亂)은 면했다. 협상이 타결된 곳은 8곳에 불과하고 협상이 연장되고 파업이 보류된 곳이 5곳, 그리고 앞으로 협상이 예정된 곳이 2곳으로 파업의 불씨는 계속 남아 있다.

이번 버스 파업에 즈음해 국토교통부와 여당이 제시한 대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요금 인상이고, 다른 하나는 버스 준(準)공영제의 전국적인 확대다. 중앙정부, 지자체, 버스회사, 근로자, 이용자 등이 고통을 분담하고 서로 조금씩 양보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양보로써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원칙과 본질에 따라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버스 운송업을 포함해 모든 운송 서비스는 사적재이지 공공재가 아님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시장이 잘 기능하기에 정부가 개입할 이유가 없다. 버스 노동자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기에 장시간 과로해선 안 된다고 하거나, 버스를 학생이나 서민이 주로 이용하기에 공공성을 인정해 특별 취급을 해달라고 요구하는데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버스 운송 서비스를 두고는 소비자인 고객과 공급자인 버스회사는 버스 요금을 매개로 하여 각기 최선의 의사결정을 한다. 많은 사람이 버스 요금을 ‘공공요금’이라 하는데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버스 요금을 자율화하고 근로시간과 임금에 관해 노사 자율에 맡기면 파업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버스 요금을 포함해 모든 교통 요금이 외국에 비해 너무 저렴하다. 버스 요금을 자율화하면 학생과 서민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할 것이다. 일부 서민에게 낮은 요금을 적용하는 게 불가피하다면 교통바우처 제도를 도입하면 될 것이다.

8개 지자체에서 ‘공공성 확보’라는 공영제의 장점과 ‘경영 효율화’라는 민영제의 특성을 살리겠다며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회사는 지자체가 설정한 노선에 맞춰 버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자체는 수익을 일괄 관리하면서 운행 실적에 따라 각 회사에 배분하고 적자를 보전해 준다는 게 버스 준공영제의 취지다. 일견 훌륭한 제도처럼 보인다. 그러나 엄청난 모순과 문제를 안고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버스 서비스 제공에 따른 비용은 소비자의 적정 요금 부담에 의해 충당되거나 준공영제에서처럼 소비자의 낮은 요금 부담과 일반인 세금의 결합에 의해 충당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에 버스 준공영제를 운영하는 데 54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했다. 왜 일반 납세자가 버스 이용자를 보조해 줘야 하는가? 또, 관(官)과의 유착은 차치하더라도 준공영제에서 버스회사의 모럴 해저드가 심각한 수준이다. 보조금 횡령·부당수령·불법정비 관련 등 눈먼 돈 챙기기, 족벌 경영, 운행하지 않는 잉여 버스에 대한 ‘깜깜이’ 재정 지원, 매출과 수익·인건비 등 주요 경영 상태 비공개 등 비리가 비일비재하고 문제가 심각하다. 국토부는 “엄격한 관리하에서 공공성을 확보하고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면밀하게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한다. 과거와 달리 이번엔 전지전능한 설계자가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말인가?

버스 요금 자율화로 지자체 재정 지원을 줄이고 주52시간제를 포기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만약 주52시간제를 꼭 도입해야 한다면 현재의 주68시간에서 매년 2시간씩 점진적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는 게 어떨까? 노조의 불법·탈법 파업은 엄중히 제재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