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AI 보급 확대하려면

차세대 의료의 핵심인 의료 인공지능(AI)의 보급을 막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첫째, 건강보험 수가 체계 편입이다. 임상시험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거쳐 성능이 검증된 신뢰도 높은 AI 의료기기라도 보험지급 대상이 되는 급여 항목에 들어가야 병원에서 널리 사용할 수 있다. 김현준 뷰노 이사는 “작년에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AI 의료기기 검증과 확산을 위한 보험수가 체계 마련을 건의했으나 되려 문턱이 더 높아진 측면이 있다” 면서 “일본에서는 도시바, 후지필름, 캐논, 올림푸스 등 많은 우수 의료기기 회사들이 소형 벤처와 협업 관계에 있다. 정부가 강한 대기업과 벤처로 ‘AI 프로젝트’ 공동 전선을 형성해 시장을 개척하도록 도운 결과, 올림푸스의 대장내시경 진단 AI 소프트웨어가 올해 일본 식약처(PMDA)로부터 의료기기 승인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특히 AI 영상 의료기기는 우리 회사 소속 의사가 몰랐던 자기 녹내장을 알아냈을 정도로 정확도와 효용성이 높다”며 “기술과 산업을 잘 이해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는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려고 노력 중이지만, 최종적으로 보건복지부의 방향설정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장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빠른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며 “복지부가 AI 의료기기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가 체계 편입을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해야 의료환경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식약처 예산과 조직의 확대 필요성이다. 식약처는 2017년 11월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과 12월 ‘AI 기반 의료기기의 임상 유효성 평가 가이드라인’을 세계 최초로 내놓았다. 이 분야의 개척기업들이 준수해야 할 최소 기준을 제시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신기술 등장과 확산에 대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기존 식품, 의약품, 바이오생약, 의료기기로 나뉜 조직 체계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AI 소프트웨어 및 기기의 심사 인력은 단 2명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제한된 형편이다.

반면, 중국의 첸잔(前瞻)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의료기관의 AI 도입과 활용률은 33.6%를 기록했다. 관련 시장만 136억5000만 위안(약 2조3524억 원)에 이른다.

노성열·최재규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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