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만에 다시 미사일 도발을 자행했다. 청와대가 ‘평화, 일상이 되다’란 글을 올린 바로 직후에 보란 듯이 미사일 2발을 각각 420㎞와 270㎞ 날려 보낸 것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한하고, 한·미·일 안보회의가 열린 시점이다. 지난 4일 북한의 첫 발사 이후 ‘미사일로 보기 어렵다’는 식으로 상황 관리하고 있던 문재인 정부에 미사일이 맞다고 쐐기를 박은 셈이다. 문 대통령도 9일 취임 2주년 기념 KBS 특집 대담에서 미사일임을 인정했지만, 4일의 발사체에 대해선 ‘현재도 분석 중’이라며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문 정부가 곤경에 빠진 모습이다.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4일 발사체와 9일 미사일이 같은 이스칸데르급으로 확인되고 있는 점은 심각하다. 4일 시험 발사에 이어 9일 실사거리 사격으로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패트리엇은 물론 사드로도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한 편심탄도비행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군의 ‘핵·대량파괴무기(WMD) 대응 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는 안보 위기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의미를 애써 축소하면서 북한을 감싸고 있다. 이번 도발이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적대 행위’로서 9·19 군사합의의 명백한 위반임에도, 문 대통령은 단거리 미사일이라 적대 행위로 보기 힘들다고 했다. 요격 불가능 단거리 미사일이야말로 한국에 대한 위협이다. 그런데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니면 괜찮다는 식이니 어이없다.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모호하게 말했다.

북한이 대놓고 미사일을 쏘는 상황이라면 강력히 규탄하는 것이 우선이고, 국제사회와 연대해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게 다음이다. 기존 미사일 억제·대응 체계를 전면 보완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이번 도발을 대화를 위한 것으로 규정하면서, “동포애나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날 사용한 ‘경고’란 표현도 조심스럽게만 들렸다. 상대가 협박하는데 뒷걸음치면 추가 도발을 부를 뿐이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대통령이면 단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