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농민회 4000만원 지원
보성군 등도 보조금교부 결정
농민들 자체모금 거짓 드러나
전농 “보조금 수령 모르겠다”

“트랙터는 안보리 금수품목
미사일 도발 北에 보내는건
국민정서와 부합하지 않아”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대북 제재 해제를 주장하며 북한에 보내겠다고 마련한 27대의 ‘통일 트랙터’에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이 투입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최근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발사해 국제사회에서 제재 강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세금으로 마련한 통일 트랙터의 북한 지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문화일보가 입수한 전남 영암군의 ‘통일트랙터 구입비 지원사업 보조금 교부결정 및 송금 통지’ 공문에 따르면 영암군은 지난 4월 26일 지역 농민회장 A 씨에게 4000만 원의 보조금 교부를 결정했다.

A 씨는 통일 트랙터 구입비용 6000만 원 중 2000만 원을 개인 모금 등을 통해 조달했고, 나머지 4000만 원은 군 일반회계의 지원을 받았다. 정부의 정보공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자료를 보면 전남 보성군 역시 지난 4월에 ‘2019년 통일 트랙터 구입 지원사업 대상자 확정 및 보조금 교부 결정 및 송금’이란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된다. 같은 달 강원 홍천군은 ‘통일 트랙터 기금 마련을 위한 통일 쌀 구매협조 요청’이란 문건을 작성했다. 특히 일부 공기업도 지난 3월 ‘통일 트랙터 보내기 후원사업 지원’을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농은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주차장에 북한에 전달할 통일 트랙터 27대를 세워놓고 있는 상태다. 전농은 앞서 전국 9개 지자체별로 ‘통일농기계품앗이운동본부’를 발족하고 모금 운동을 시작했으며 지난달 27일엔 임진각 통일대교 앞에서 ‘대북제재 해제! 통일품앗이 실현! 4·27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했다.

트랙터 한 대의 가격이 4000만~6000만 원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트랙터 구입에 들어간 지방 재정 및 각종 지원금은 수억 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전농은 트랙터가 농민들의 모금 운동으로 마련됐다는 입장이었다.

강광석 전농 정책위원장은 문화일보의 확인 요청에 “(통일트랙터 마련에)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방북 승인을 위해선 북한의 초청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 부처와 실무협의를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농업용 트랙터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품목이다. 해당 결의는 모든 산업용 기계(HS코드 84 및 85)에 대한 대북 공급·판매·이전을 금지하고 있다. 아직 통일트랙터에 관한 대북 반출이나 대북 접촉 승인 요청은 통일부에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암군 관계자는 “보조금 교부 결정을 할 때 (대북 제재 저촉 관련) 고민을 많이 했고, 남북교류 진척 상황을 봐 가며 추진하자는 의견도 있었다”며 “하지만 민간 차원에서라도 남북교류의 물꼬를 트고 제재를 완화하자고 농민회 측이 강력히 요구해 일차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한 뒤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 입장은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이행한다는 것인데, 결의 위반 가능성이 있는 행위를 지자체가 임의로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남북관계가 급랭하는 상황에서 안보리 결의는 물론이고 국민 정서에도 부합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